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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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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Dec 04. 2023

집을 나서는 탕아





     

겨울 방학이 시작된 이후 부모님에게는 졸업 전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하고 현장실습 가기 하루 전날 짐을 싸기 시작하였다.          



부모님은 수능이나 진학을 준비해야 되는 시점에 무슨 해외여행이냐며 나무랐다. 하지만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속내는 현장실습생을 핑곗거리로 집을 나가려는 속셈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혼자서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하였다. 가벼운 짐을 싸며 외출 준비를 하려던 그 시간만은 이상하게 조용한 정적만이 흘렀다. 외출 준비가 끝날 때 즈음 차가운 정적을 깨는 조용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똑똑똑 "     

“ 아침 일찍 부지런하구나.”               



어머니였다. 평소에 부지런하지 않던 아들이 아침 일찍 나갈 채비를 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신기했나 보다.               



“ 금방 다녀온다는 애가 무슨 짐을 이렇게 많이 싸니.?”     


“ 뭐,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것이 있어요. 여행을 짧게 다녀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평소에는 말썽만 피우는 둘째 아들이 싫어서 흡사 남처럼 보일 정도로 냉담했던 어머니였다. 하지만 아들이 멀리 떨어진 그것도 국내가 아닌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짐을 다 챙기고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는 어째서인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캐리어를 같이 들어주었다.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던 것일까? 말은 안 했지만 왠지 집을 나서는 순간 긴 시간 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냥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할 것을...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의 근심 어린 모습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스스로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미지의 숲 속을 홀로 들어가는 한 명의 용감한 개척자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그러나 누군가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은 흡사 쓸쓸히 집을 떠나는 탕아와 비슷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곳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 나아갔다.               



집을 나갔던 탕아도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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