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이방인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구년생곰작가 Jan 08. 2024

질풍노도






순수한 청춘들을 집어삼키던 광란의 밤이 지나갔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알코올의 기운 탓인지 눈을 비비고 뺨을 몇 번을 때려보아도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제법 처음 술을 경험한 것 치고는 몸 상태가 괜찮은 듯 보였다. 전날 어떻게 담을 다시 넘어서 기숙사에 들어올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함께하던 3명의 친구들은 아침이 된지도 모른 채 방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조용하던 기숙사에 큰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새끼가 야밤에 담을 넘어갔어.?!"

"좋은 말 할 때 나와라. 엉?!"



아무래도 새벽에 담을 넘나들었던 것을 누군가 보고 사감 몰래 회사 내에 고발한 것이 분명했다. 기숙사 사감은 갑작스러운 회사의 호출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불려 나가 무진장 깨진 모양이었다. 화가 잔뜩 나있는 사감의 까무잡잡한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해져서 마치 괴물과 같았다. 코에서는 씩씩 거리는 소리를 연신 내뿜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좋은 말로는 듣지 않는 구만."



사감은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기숙사 방문을 발로 걷어차며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 야간에 담을 넘어서 나갔느냐 말이다.?"

"너냐?!"



사감이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오더니 철민이를 발로 걷어차며 멱살을 잡고 따져 물었다. 철민이는 잠이 덜 깼는지 반쯤 감긴 눈으로 사감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무리 실습생이라고 이렇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사감은 철민이의 대답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보였다. 갑자기 큰 손바닥으로 철민이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시작된 일방적인 폭행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철민이는 기세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사감의 허리를 두 팔로 잡은 후 넘어뜨렸다.



"씨발, 운도 더럽게 없지."

"나이, 계급장 띄고 맞짱 한번 뜨시겠습니까.?"



갑자기 기숙사안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적이 시작되고 1분여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이들을 인솔하기 위해 회사의 교육 담당자가 기숙사에 들어왔다. 사감과 철민이가 복도에서 함께 뒤엉켜 넘어져 있는 것을 지켜본 교육 담당자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기숙사 안에서 실습생들 안전을 책임져 달라고 했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다니요."



사감은 갑자스러운 교육 담당자의 방문에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아 그런 게 아니고 매번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다 보면 뭐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회사 교육 담당자는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은 했지만 그냥 넘어가려는 모양새였다.



"너무 시끄럽게 굴진 말아주십시오. 여기 아이들은 아직 실습생이고 정식 채용된 직원들이 아닙니다."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매우 곤란해져요."



사감은 옷의 먼지를 털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그럼요, 아이들은 염려 마십시오."

"통제에 잘 따라줄 겁니다."



아침에 시끄러웠던 소동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질서를 유지하며 회사 교육 담당자 인솔하에 공장으로 향했다. 뒤로 보이던 사감의 눈에서는 살기가 어렸다. 야간에 담을 넘어갔던 범인을 찾은 모양이었다.



"철민이 저 새끼 입에서 술냄새가 나던데, 저 방에 있던 놈들 중에 있어."

"쥐새끼 같은 놈들 두고 보자. 오늘의 수모는 반드시 갚아준다."



사감에게 쌓인 게 많았던 아이들은 오늘 철민이가 보인 행동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수 없이 많은 도전과 시련 그리고 핍박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07화 해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