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이방인2 1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구년생곰작가 Sep 02. 2024

파티






도시 외곽의 한 고급 골프장.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서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흘렀다. 하늘은 맑았고, 햇볕은 골프장의 잔디를 더욱 푸르게 비추고 있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나타난 회장과 경영진들은 분명한 여유로움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회장은 클럽 하우스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경영진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홀로서기 전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한마디를 던졌다.



"요즘 젊은 놈들은 패기가 없어. 박태일 그놈도 마찬가지야. 적어도 나랑 싸우려면 죽음도 각오할만한 패기가 있어야지."

"내가 나이가 젊었을 때 건설 회사를 이끌었을 시절에는 말이야. 깡패 놈들이 내 사무실로 찾아와서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단 말일세."

"박태일, 그놈 결국 저렇게 되어 버렸군. 깜도 안 되는 놈이 어디서 나랑 협상을 해보겠다고.... 쯧쯧.. 같잖은 놈이 말이야. 어찌 되었건 하늘도 우리 편인가 봐."



회장 곁에 앉아 있던 김 전무가 비웃음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



"아니, 그런 놈 하나쯤 없어지는 게 우리한테는 더 나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저 불쌍한 노동자들을 대신해 싸운다더니, 결국엔 혼자 병실 신세나 지고 말이지요."



경영진들 사이에는 웃음이 번졌다. 그들 사이에서 나누어지는 말들은 노조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말들뿐이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적이 무너진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그날의 사고가 마치 자기들이 이룬 성과인 양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회장은 다른 경영진들에게 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우리 회사는 저 불필요한 싸움에서 해방이 된 걸세. 앞으로 글로벌한 시대에 회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고 구조개혁을 단행할 걸세. 그리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들 위주로 우선적으로 추가 채용을 늘려 우리의 기술을 가르쳐야 하네."

"싼값의 노동력, 이 얼마나 좋은가."

"결국 우리는 더욱 견고한 우리만의 제국을 쌓을 거고,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할 거야. 오늘 이 자리는 그 시작을 알리는 거지."



잔속의 샴페인은 반짝였고, 경영진들은 서로를 향해 잔을 부딪혔다. 이어지는 골프 라운드에서도 그들은 승리자의 여유를 만끽했다. 강철 같은 제국을 이룬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한편, 골프가 끝나자 회장은 경영진들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화려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현란한 불빛이 비추는 곳에는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이들이 즐거움에 취해 있었다. 음식은 넘쳐났고, 술은 마르지 않았다. 음악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웃고 떠들었다.



회장은 방 안 구석에 자리를 잡고, 비싼 양주를 마시며 다른 경영진들과 흥을 돋웠다. 그들만의 황금빛 세계는 마치 끝없는 꿈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술과 여자, 향락이 넘쳐났다. 한껏 취한 경영진들은 마치 세상이 전부 자기들 것인 양 모든 것을 마음대로 즐기고 있었다.


김 전무는 회장의 옆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회장님 이번엔 진짜 우리가 이긴 것 같습니다. 썩어빠진 노조 놈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없어질게 분명합니다. 이제는 우리끼리 더욱 나아갈 수 있어요."



회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래, 이제부터는 우리만의 세상이야. 저 하찮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진짜 승리자의 세상."



그 순간, 그들만의 파티는 더욱 격렬해졌고, 회장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향락의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이 쌓아온 제국이 더욱 견고해질 것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 모든 화려함 뒤에는 언젠가 그들을 덮칠 어둠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들의 제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게 빛났지만, 그 내부 속은 이미 썩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의 파티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화려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둠 속 비명 소리만이 진실을 알리고 있었다. 그것은 승리의 함성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파멸의 전조였다. 







이전 11화 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