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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AULE Dec 17. 2016

여름에서 겨울로

언젠가 올테지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

브런치에 꾸준히 기록을 남기겠다는 다짐은 괴로움 그리고 일상의 바쁨으로 인해 지키지 못했다. 마지막 글로부터 고작 4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나는 어느덧 2학기를 마무리하고 있고, 아빠는 더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지 않게 됐다.


처음 아빠의 병명을 알게된 그 날부터 언젠가는 다가올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준비해야 할듯이 큰 고비였던 지난 봄에도 알고 있었지만... 점점 기력이 줄고는 있지만 지난 여름처럼 응급실에 실려가고, 크게 고통스러워 하는 것 없이 나름 무사히 가을을 났는데. 그런 소식을 받았다. 아빠는 그런 말을 하는 의사에게 웃으면서 알겠다고, 고맙다고 했단다. 아빠의 마음이 어떨까.


아빠는 그날 이후 사진을 많이 찍고있다. 답지않게 아빠 사진도 자꾸 찍으라고 한다. 청승맞은 나는 눈물이 울렁거리는걸 간신히 참고 있다. 이제는 정말 매일에 충실해야 하니까. 아빠가 무섭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그리고 남은 나 역시 후회하지 않도록. 얼른 텀페이퍼를 끝내고 온전히 쏟아붓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아빠가 아픈걸까 싶지만서도 가족 외에 누군가가 나에게 "받아들여라"라는 말을 하는 것은 정말 듣고싶지 않다. 내가 알아서 하니까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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