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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09. 2022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을 지나며

모든 지나간 시절은 ‘벨 에포크’이다.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당시 5호선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그때 나는 굽은다리역 구간에서

대략 3개월가량 일용직으로 일을 했다.

공사판 용어로 토리반(?)라고 불렸는데

별다른 기술이 없는 잡부였다.

그러니까 그때 그곳에서 나는 ‘일용직 잡부’였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온갖 일을 했는데

그때 나는 서울의 하수도관에도 들어가 보았다.

서울의 하수도관은 성인이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을만한 크기의 지하터널이다.

그 안은 당연히 냄새가 고약했지만,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간식빵을 먹기도 했다.


매우 위험한 사고를 겪을 뻔하기도 했다.

만약 내가 서있던 위치가 조금만 달랐어도

사망이나 불구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수입은 좋았다.

당시 나는 일당 삼만오천 원부터 시작해서

곧 일당 사만 오천을 받았다.

한 달 꼬박 일을 하고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삼십여 년 전 당시 나의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은

오십만 원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같이 일했던 사오십 대의 아저씨들은

이제 칠팔십 대의 노인이 되었거나,

혹은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곳에서 같이 일했던

동년배 청년이 생각난다.

아까 말한 내가 죽을 수도 있었던

그 사고와 관련된 사람이다.

당시 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둘 다  얼어붙은 듯 멈추었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 청년도 지금은 중년이 되어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안고 살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때 이후 처음으로,

나는 오늘 굽은다리역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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