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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레모스 Jan 31. 2024

당신, 잘 지내나요?

5년 뒤 더 나은 웰빙을 꿈꾸며

1.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Camp B-Wel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입사할 때부터 인사팀에서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거 같은데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내다가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 초입니다.


2. B-Well, 이름만 보아도 무슨 프로그램일지 짐작이 되시죠? 한 Naming 하는 회사답게 wellbeing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저는 해봤습니다. “Be Well” 좋은 상태로 있는 것, 무척 직관적이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말 그대로 straight forward 합니다. 회사가 직원의 웰빙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것이며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웰빙에 관심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이죠.


3. 저 또한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 얼마 안 됐습니다. 코칭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의 ‘Being’ 즉 존재에 대해 케어하기 시작했고 그게 나에 대한 발견, 또 자신을 돌봄으로도 이어지더군요. 그러다 마침, 아는 코치님이 갤럽의 책 중 ‘Wellbeing at work’을 원서로 함께 읽자고 제안해 주신 게 저로서는 웰빙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입니다. 이 책은 제목도 흥미롭지만 내용은 기대보다 더 좋았습니다.

책에서 던지는 첫 번째 좋은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How is your life going?”


4. 한 번 대답해 보시겠어요?

어떤가요?

답변하기 어려울 분들을 위해 갤럽은 3가지 보기를 줍니다.

1) Thriving

2) Struggling

3) Suffering


이제 답변할 수 있나요? 적으면서 보니 저는 지난 4달간 1,2,3번을 모두 겪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Thriving

- 좋은 동료들과 즐겁고도 신나게 협업을 할 때

- 가족과 캠핑할 때

- 새롭고 낯선 곳에서 여행할 때

- 자연에서 휴식하며 영감을 얻을 때


2) Struggling

- 일이 계획하거나 뜻한 대로 잘 안 풀릴 때

-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데 소통이 잘 안 되거나 입장이 많이 다를 때

- 일과 개인의 삶을 병행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우선순위 문제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후순위에 둘 때


3) Suffering

-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책임지고 해야 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 팀원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문제 해결이 안 되거나 산적해 있어 힘들어하는 게 보이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

- 이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잘 생기지 않을 때

-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음에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거나 상황이 개선될 거 같지 않을 때


세 가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다 보니 몇 가지 깨달음이 저에게는 생깁니다.

1. 각 상황을 떠올리며 느낀 건 아 정말 thriving 한 삶을 살 때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suffering 하는 상황은 떠올리기만 해도 고통스럽구나입니다. 어떠한 삶을 사느냐에 따라 나의 웰빙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2. Thriving과 Struggling까지는 일과 개인의 삶의 내용을 다 적었는데 Suffering에는 일 얘기만 적었습니다. 그만큼 일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도 되면서 동시에 다행히 개인 삶에서는 고통을 느낄 정도의 어려움은 없다는 의미인 거 같아 안도감이 듭니다.

3. 각 상황에 나름의 패턴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무엇이 나를 풍요롭게 하고 어떨 때 고통받는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방향성이 보이는 거 같아 좋습니다.


지금의 저는 어디에 와 있을까요?

당신은 어떤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핸드폰 메모장이나 종이 한 장을 펼치고 위 세 가지 상황에 대해 떠오르는 자신의 상황을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나의 웰빙에 영향을 주는 상황과 요소를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거예요.


5. 위 세 가지 상태에 대한 언급 이후 책에서 중요하게 제안하는 개념이 바로 Net Thriving입니다. 제 영어가 수려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으나 참으로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참고로 thriving은 번영, 흥성, 호황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얼마나 나의 삶이 번영하고 있냐 이걸 측정하는 지수라고 볼 수 있겠죠. 갤럽이 여기서 이걸 측정하기 위해 재미있는 사다리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1) 바로 지금 이 10칸의 사다리 중 당신의 삶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2) 지금으로부터 5년 뒤에는 사다리의 어디에 당신의 삶이 위치해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 앞에 뭐라고 답변하시겠어요?

저는 이 책을 읽던 당시만 해도 8-9점이라는 꽤 높은 점수에 체크했는데 5달이 지난 지금은 6-7점 정도에 와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이 2-3점의 차이가 벌어지는 걸 느끼며 저는 아마도 휴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상태를 방치하거나 해결하지 않는다면, 꽤 오랫동안 나의 사다리는 8-9점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6. 바라기로는 2번째 질문에서 언급하는 5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점수이길 희망해 봅니다. 원래의 8-9점을 넘어 9.5점 정도까지도 가볼 수 있을까요? 너무 꿈의 숫자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런 삶이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무의식의 꿈과 희망 같은 욕구도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1번 질문과 2번 질문과의 간극이라고 봅니다. 5년 뒤 사다리의 위치가 적어도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하거나 위로 올라가려면 현재의 삶도 잘 관리하며 번성하는 삶을 살 뿐 아니라, 미래의 번영하는 삶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5년 뒤 나의 웰빙을 유지/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혹은 무엇을 다르게 살아보아야 할까요?

- 저에게는 짧지만 1 달이라는 이 휴직의 기간이 위 질문에 대한 힌트가 되길 바라 봅니다. 당신에겐 어떤 준비 시간이 필요한가요?

- 웰빙을 위한 좋은 습관을 2-3가지는 찾아내고 유지하면 어떨까요.

-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명확히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7. 문득 이 Gallup Net Thriving(GNT)이 웰빙을 측정하는 주관적 척도라서 신뢰도가 낮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오히려, 웰빙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 사다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다리의 이미지 자체가 사람으로 하여금 위로 올라가고 싶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니, 자신의 net thriving 지수를 높이는 데에도 왠지 기여할 듯하고요. (물론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도합니다만) 모든 사람은 7점의 웰빙일 때 이런 모습이다,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웰빙이란 그래서 더 어려운 요소라는 생각도 듭니다. 건강/재정/환경 등 필요 요건이 분명 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게 하는 주관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쳐 한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6. 가능하다면 이 글을 시작으로 웰빙에 대한 글을 몇 번 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읽느라 힘들었던 갤럽의 원서 Wellbeing at Work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기가 아까워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큽니다. 2탄을 쓰겠다고 여기에 공언하면 2탄이 분명 나오겠지요?


7. 실제 저는 회사 동료들과 B-Well program을 2023년 10월에 처음으로 시작해 서로의 웰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열명 남짓 온라인으로 모였던 시작 모임이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웰빙이라는 주제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웰빙에 회사가 신경 쓴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이기도 했지만요. 액션 플랜으로 자신의 B-Well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고 함께 다짐을 했는데, 실제 예쁜 무드등을 구입한 주니어 후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온 동료 매니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전시회를 질러버린 나 자신 등 웰빙이 행동으로 옮겨져 나의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도 참 의미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락 온 동료 덕분에 1월부터는 새로운 북클럽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의 ”일을 리다지안하라“라는 책인데요, 구입 비용은 회사 예산을 통해 받았고 아침 8시 반-9시까지 온라인으로 모여 함께 책을 읽고 나눔을 합니다. 저는 아직 책장을 펼쳐보지도, 아침 모임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도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니, 저 역시 웰빙으로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8. ”B-Well. “ 저 자신에게도 당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잘 지내요? 참 싫어하는 질문이고 답하기도 어려운데요.

저 지금은 잘 못 지내요. 하지만, 1달 동안 잘 지내서 다음엔 꼭 잘 지낸다고 답해 보려구요.

당신,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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