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자 복기
사실 지금 컴퓨터에 앉아서 투자 경험담을 쓰는 제 마음은 몹시 착잡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부터 공유드릴 경험담은 바로 '실패'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를 통해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고 사전에 꼼꼼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투자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이 실패를 통해 제가 성장했다고 믿고 싶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는 더 좋은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유튜브와 부동산 책들을 보고 공부했고, '21년 11월 공급이 없고 상승기 초반이었던 창원의 구축 아파트 39평짜리를 갭 끼고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잔금일이었던 '22년 1월 28일까지 임차인은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전세가를 내리면서 부동산에도 많이 내놨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제가 매수하자마자 정부에서는 대출 규제라는 수단으로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유동성을 막았습니다. 1월 28일부터 다섯 달이 넘게 지났지만 제가 매수한 집은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제가 가지고 있는 현금 그리고 다른 대출을 통해 어떻게 잔금을 치르긴 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을 아래와 같이 공유드립니다.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① 부동산 소장님을 너무 믿었다.
처음에는 사실 창원의 대장인 용지더샵을 매수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소장님께서 구축 아파트이지만 입지가 너무 좋고 급매로 나온 물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주택이었던 저는 그 소장님이 전세를 빼줄 수 있는 말만 믿고 덜컥 계약금을 이체해버렸습니다. 소장님이 소개해 준 매물을 살펴보고 집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변 전세시세까지 살펴보고 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전세가가 아닌 부동산 소장님이 뺄 수 있다는 전세가를 기준으로 갭을 판단하고 매수를 들어갔던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는 내가 하는 것이지 부동산 소장님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② 집을 보고 샀어야 했다. 그리고, T자형 아파트를 조심하자.
용감했습니다. 무주택인 사람이 집을 보지도 않고 사다니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부동산 소장님이 장판/도배/LED 등만 하면 전세는 잘 빠질 거라 했던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전세가 빠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창원을 방문했습니다. 집은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가 알고 보니 T자형 아파트에 2호 라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노란색으로 칠한 부분이 보이실 겁니다. 제 집이 위치하고 있는 곳인데요. 양쪽 날개 집에 가려서 해가 잘 안 들어옵니다. 그리고 사생활 보호가 안되는 점도 한 개 더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성님으로부터 좋은 팁을 얻었고 현재는 저녁에만 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집을 꼼꼼히 보고 살걸. 안 그래도 지방에 투자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냥 덜컥 아무 집이나 괜찮겠지 하고 샀던 제가 너무나도 후회스럽습니다. 실력과 경험이 완전히 축적될 때까지는 집을 꼭 보고 사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T자형에 2호 라인 즉, 해가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는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③ 자만했다.
자만했습니다. 창원은 공급이 없고, 정말 좋은 학군을 가지고 있는 반림동에 전세가를 높게 불러도 매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나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확장과 좋은 인테리어가 된 34평짜리 매물들이 너무 많았고 용지더샵, 용지아이파크에서 34평짜리 전세 매물들이 많았다는 걸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매물들 대비해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전세가 안 나갔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자만했고, 그 자만심 때문에 주변을 함께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④ 잔금 일자 앞뒤 2개월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을 확인하자
전세가 나가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창원 사파정동에 반도유보라 아파트가 '22년 3월부터 입주를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입지가 차이가 난다고는 하나, 사람들은 신축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정확하게 이 이유 때문에 전세가 안 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영향은 미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그 주변에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을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눈이 돌아버렸던 것 같습니다. 빨리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에 서둘렀던 것 같습니다.
⑤ 최근에 조정지역으로 묵인 지역은 특히 좀 더 유심히 보자.
창원시 성산구는 2020년 12월에 조정지역으로 묵였습니다. 저는 어차피 무주택에서 1주택을 매수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 안 들어오고 좋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 성산구가 조정지역으로 묵이면서 더 크게 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그리고 진해구였습니다. 왜냐하면 조정지역은 취득세 중과가 되기 때문에 비조정지역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조정지역으로 묵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아 거래가 뜸했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좋다고 잡았으니, 부동산 소장과 매도자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뒤돌아보니 참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뼈아픈 경험을 하고 마침내 전세입자를 구하게 됐습니다. 공실은 무려 6개월 지속됐고 이제는 전세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뼈아픈 경험을 했어야만 했던 걸까요? 여러분들은 이런 경험 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며, 앞으로 투자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