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순대

by Soo

식탁에 놓인 순대 접시들을 보며 "오늘은 순대가 안 팔리네" 라는 할아버지의 멘트가 잦아지면서,

손녀손자들이 토요일에도 학교에 보충수업을 하러 가야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할아버지는 더 이상 순대를 사오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의 부재는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나는 지독히도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할아버지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할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슬픔이

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우리 대화에 자유롭게 낄 수 없었던 할아버지를,

갈수록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던 할아버지를,

내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그 시간에 멈추어 있는 할아버지를 그저 무능력하게 바라만 봐야하는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연민보다 견디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할아버지의 순대를 그리워한다.


그 때 할아버지의 순대를 버거워했던 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그 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우리에게 해줄 수 있던 사랑표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가게가 어딘지 몰라 다시는 먹을 수 없을 순대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그것을 꾸역꾸역 먹지 않았을까


그 순대 가게를 알려주시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들이 할아버지가 없이는 하지 못하는 것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던 할아버지의 귀여운 욕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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