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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꿈에서 깨어난 만다희

오래 미뤄둔 꿈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으로 남는다

by 디스코민
제목_없는_아트워크 4.jpg 요즘 나의 표정,, 당분간 이 표정로 올려볼게요.


안 하던 짓을 하려 하면 꼭 미룬다.

작심 3일은커녕, 3시간도 못 갈 때도 있다.

계획은 거창한데, 행동은 텅 비어 있다.


요즘 딱 그런 상태다.

올해는 긴 호흡으로 가보자고,

오래 가는 나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장기 목표도 생겼고,

계획도 머릿속에 제법 그려놨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계획이 머릿속에서만 계속 맴돈다는 거다.


‘왜 안 하지?’

‘나 왜 이러지?’


자꾸 생각만 깊어지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도파민의 시대라 그런 걸까.

집중력은 예전만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산만해진다.


연초의 결심과는 다르게,

3월 중순부터 내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런데도,

나는 그림을 겨우 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꺼내는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더는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익숙한 환경을 떠나

조금 더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상상을 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디자이너로서 해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이유들은 차차 이 공간에 풀어볼게요.)

예전 같았으면 망설이기만 했을 일들인데,

이번에는 시도라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큰 목표가 생겼고,

그만큼 준비를 잘 못하고 있다는 불안도 함께 생겼다.


불안하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게 더 불안하다.


“시간이 부족해.”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24시간 중

나를 위한 시간은 자꾸 미뤄진다.


점심시간, 팀원들과 습관처럼 동시에 내뱉는 말.


“피곤해요.”

“비 와서 퇴근하고 싶어요.”

“날씨 좋아서 퇴근하고 싶다…”


퇴근하고 싶은 이유는 매일 다르다.

IT 업계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내가 그런 걸까.


오늘, 딱 지금의 나 같은 표정으로

그림 하나를 그렸다.


만다희는 분홍 머리를 하고

똑바로 앉아 있지만 뚱하다.

꽃 한 송이가 유리컵에 담겨 있지만, 그걸 바라보는 표정엔 감흥이 없다.


그 모습이 꼭 나 같았다.


해야 할 일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한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느릴까.


사람들은 말한다.

“좋은 계절이야.”

“지금이 시작하기 딱 좋아.”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느리게, 조용하게,

조금 뚱한 얼굴로 하루를 넘긴다.

토닥토닥, 괜찮다는 말.

이제 그만 들어도 될 것 같다.


그냥 해. 해보고,

생각은 잠깐 쉬게 하자.


지금의 미루는 나도, 어쩌면 너무 익숙한 일상에

너무 잘 적응해버린 탓일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시도한 건 잘했어.

그러니까, 그냥 또 해보자.


만다희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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