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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운 Feb 29. 2024

묵묵히 다정한 것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우리 벌써 십년지기 친구가 됐네요. 시간이 이렇게나 쌓였는데도 나는 아직도 지안 씨의 생김새를 몰라요. 웃기죠? 그런데도 이렇게 오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돌이켜 보면 끝나지 않는 깜깜한 밤을 살아 냈던 건 모두 지안 씨와 다른 사람들 덕분이었어요. 그러다 마음이 점점 좁아져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버거워졌고 한동안 그 소식들을 멀리했었는데, 어느 가을이었나? 문득 지안 씨의 일상이 궁금해져 들어가 봤더니 우리를 웃게 해 주던 만두가 떠났더군요. 위로의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이미 몇 번의 계절이 흘러 있었고,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안 씨에게 먹먹함을 주게 될까 싶어 말을 삼켰답니다. 저도 가끔 만두를 생각했었어요. 심드렁한 표정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잖아요.

나는 지안 씨처럼 재미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여기저기 여행도 잘 다니고, 다양한 책을 읽고,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추운 곳에 갇혀 있던 나는 그 당시에 지안 씨가 보여 준 세상에서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걸까요? 첫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책을 구매해 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 어렵고 망설여졌을 때, 지안 씨는 한걸음에 달려와 제일 먼저 품어 줬어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내가 책을 낼 때마다 그 어떤 의심도 없이 안아 줘서 고맙습니다. 석조전 앞에서 담아 준 책 사진도 너무 고마워요.

생각해 보면요. 이것도 사랑 같아요. 광활한 온라인 세계에서 광주에 사는 지안 씨와 미국에 있던 내가 우연히 만난 것과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제는 가끔 만나서 차 한잔 나누고 싶은 게 내 작은 바람이에요. 올해엔 지안 씨를 보러 광주에 갈래요. 그때까지 잘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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