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우리 벌써 십년지기 친구가 됐네요. 시간이 이렇게나 쌓였는데도 나는 아직도 지안 씨의 생김새를 몰라요. 웃기죠? 그런데도 이렇게 오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돌이켜 보면 끝나지 않는 깜깜한 밤을 살아 냈던 건 모두 지안 씨와 다른 사람들 덕분이었어요. 그러다 마음이 점점 좁아져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버거워졌고 한동안 그 소식들을 멀리했었는데, 어느 가을이었나? 문득 지안 씨의 일상이 궁금해져 들어가 봤더니 우리를 웃게 해 주던 만두가 떠났더군요. 위로의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이미 몇 번의 계절이 흘러 있었고,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안 씨에게 먹먹함을 주게 될까 싶어 말을 삼켰답니다. 저도 가끔 만두를 생각했었어요. 심드렁한 표정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잖아요.
나는 지안 씨처럼 재미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여기저기 여행도 잘 다니고, 다양한 책을 읽고,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추운 곳에 갇혀 있던 나는 그 당시에 지안 씨가 보여 준 세상에서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걸까요? 첫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책을 구매해 달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 어렵고 망설여졌을 때, 지안 씨는 한걸음에 달려와 제일 먼저 품어 줬어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내가 책을 낼 때마다 그 어떤 의심도 없이 안아 줘서 고맙습니다. 석조전 앞에서 담아 준 책 사진도 너무 고마워요.
생각해 보면요. 이것도 사랑 같아요. 광활한 온라인 세계에서 광주에 사는 지안 씨와 미국에 있던 내가 우연히 만난 것과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제는 가끔 만나서 차 한잔 나누고 싶은 게 내 작은 바람이에요. 올해엔 지안 씨를 보러 광주에 갈래요. 그때까지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