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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남긴 흔적

by 유달리


손바닥을 보여줘, 이 말했다

알록달록 외투 바스락보스락 요란더니

비틀린 끄트머리 스르르 풀리

숨겨뒀던 단내에 은근하게 취한 사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둥그런 것이 덜컥

소리내며 들어온다


따뜻하게 굴려줘, 돌이 부탁했다

보일 듯 말 듯한 반투명 단함

이내 슬며시 녹아들

달큰한 물 속에 넘

조바심에 까드득 깨물면

날카로운 파편으로 사라질 걸 알기에


살살 아껴 굴려 보아도

옅게 혀를 물들이고

적 없이 사라

했던 속 이내 쓰려지고


남은 건 여전히

락거리는 빈 소리라

주먹 꽉 쥐었다가 쩌지 못해

스르르 놓아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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