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난 게임 속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가 <쿠키런 킹덤>
코로나 시기 정말 많은 게 유행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은 모두가 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나는 거기에 <쿠키런 킹덤>을 더했다. 덕분에 코로나 기간 동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쿠키런 킹덤> 은 데브시스터즈가 만들었다. 데브시스터즈라는 개발사는 장애물을 피하면서 달리는 게임 <쿠키런>이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게임 속 캐릭터를 다시 활용해 모바일 RPG인 <쿠키런 킹덤>을 만들었다.
<쿠키런 킹덤>과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 초기 때부터 게임을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아내를 꼬셔 함께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매일 <쿠키런 킹덤>에 접속한다.
게임은 어렵지 않다. 어찌 보면 흔한 수집형 RPG다. 쿠키를 뽑아 키워서(이게 핵심이다. 쿠키 얼굴 보고 게임한다.) 스테이지를 돈다. 스테이지를 돌며 여러 쿠키들과 얽힌 스토리를 보게 되는데, 복잡한 편은 아니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쉽게 예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게임 내에는 내가 경영해야 하는 왕국이 있어서 물건을 생산하고 납품을 하면서 돈도 벌고, 쿠키들을 먹일 별사탕도 생산해둬야 한다. 그런대로 바쁘게 돌아가는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이 서비스된 지 3년이 다 되어가니 이젠 쓰이지 않아 잊힌 쿠키들이 많다.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온다. 새로운 캐릭터는 강하고 주목받는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쿠키로 넘실거린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던 쿠키는 어디로 간 걸까?
애정과는 상관없이 쿠키는 사라진다. 쿠키도 이미 가득하다 보니(왕국에서 표시할 수 있는 쿠키는 최대 100개다) 나중에 왕국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보기도 힘들다(왕국에 건물이 좀 많아야지). 매일 게임사에서 걸어놓은 숙제를 하다 보니까 정작 내가 아끼는 쿠키는 한번 볼 시간이 없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은 건 감정으로만 이루어진 사랑은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사랑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관계 속에서 노력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어떤 상태라고 기억한다. (읽은 지 오래돼서 이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매일이 바쁘다.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 게임사가 쥐어준 숙제를 하면서(게이머들이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게임 플레이를 뜻한다. 반복적인 플레이가 많은데, 이런 와중에 하루에 정해진 양이 있는 경우라든가 꼭 해야 하는 듯한 퀘스트로 걸려있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하니 꾸역꾸역 하는 느낌. 게임도 개발사에서 하라는 대로 한다. 크게 전략을 세워가면서 하는 힘든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사랑하는 방식마저도 누군가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건 좀 이상하다. 사랑도, 놀이도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마음이어야 가능한 상태다. 놀이를 누군가가 시켜서 한다는 거는 이상하지 않은가? 사랑도 마찬가지고.
물론 게임사가 일단 재미없게 만든 게 문제 아닌가라고 하면 그것도 맞을 거다. 재미없으면 게임 그만두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도 좋다. 게임 하나가 인생에 얼마나 의미를 차지하겠는가. 하지만 그 인생의 의미라는 거 내가 만드는 건데,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간을 재미있었다가 없었진 게임으로 기억하긴 싫다. 내 나름대로 재미를 찾아가면서 그래도 좋은 게임으로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효율적인 게임 말고,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게임하겠다. 망하면 좀 어떤가. 게임인데.
하지만.
그래도.
개발사는 좀 신경 써달라.
(유튜브에 보면 버그 이야기도 나오고 그러던데. 오류는 나올 수 있지만 빨리 바꿀 수 있잖아요? 아니면 고치고 있다고 공지라도 좀 써주세요)
그리고 혹시나 제 최애 쿠키를 궁금해하신다면 달토끼맛 쿠키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당신도 어느새 입덕!
데브시스터즈는 어서 인형을 만들라!
(쿠키가 나온 이후부터 계속 기도 중입니다. 제발 나와줘......)
달토끼맛쿠키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MjBnHGhLY8
두 번 보세요. 세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