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볼이라는 게임을 아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술집에서 흔히 보는 아케이드 게임기 중 하나로 영화에 종종 나오곤 한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윈도우를 깔았을 때 접하는 기본 게임으로 기억할 듯싶다. 물론 나도 그렇게 이 게임을 접했다.
게임은 공을 쏘면서 시작한다. 그 공은 여기저기를 튀어 다니면서 점수를 얻는다. 공이 가운데 구멍으로 빠지지 않도록 타이밍 좋게 레버를 잘 튕겨줘야 한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더라도 운 나쁘면 가운데에 떨어지곤 한다.
우리 집은 나와 동생, 이렇게 남자 형제가 둘이 있었다. 둘 다 게임을 좋아했다. 그런데 집에 PC는 한 대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둘은 그래도 합의를 잘했다는 점이다. 동생과 나는 서로 시간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하곤 했다.
이 핀볼 게임은 공 숫자가 정해져 있어서 둘이서 하기 특히 좋았다. 게임 속도도 꽤 빠르니 공 2개는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형제는 그렇게 엄마한테 허락받은 시간 안에서 쪼개가면서 게임을 했다.
생각해 보면 여러 효과음과 레버 튕길 때 찰진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에 스마트폰에 깔아서 했을 때는 분명히 거의 비슷한데도 옛날에 하던 재미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본가에서 만난 조카에게 폰을 주고 핀볼을 하게 했을 때 알았다. 이거 역시 보이지 않는 경쟁 게임이었구만. 형제는 서로 점수와 플레이를 보면서 경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오락실. 오락실의 재미라는 건 뭘까? 게임 자체의 재미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누군가를 이긴다는 기쁨, 그리고 내 플레이를 주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감각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술집에서 다트, 아님 축구 등등의 게임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떤 장면에서든 같이 술을 먹고 있던 친구들과 함께다. 그 친구들 앞에서 으스대면서 괜히 뽐내보는 자리.
브런치를 쓰고 있는 지금 통계와 좋아요 숫자를 신경 쓰는 나와 어릴 적 핀볼을 하는 나를 같이 보게 된다.
일기는 소설을 쓰기 전부터 계속 써왔다. 물론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에는 더 자주, 많이 쓰곤 했다. 하지만 일기와 에세이는 다르다. 일기는 읽어줄 사람이 없다. (나는 지난 일기를 읽지 않는다.) 그저 쓰는 행위를 기록한다. 하지만 브런치에 쓰는 글은 다르다.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고, 적어도 어떤 반응을 기대하곤 한다. 지난 글에 기록된 조회수와 좋아요 수를 보면서 어땠는지를 가늠해 본다.
무엇보다 브런치 글을 계속 쓰게 되는 건 아무래도 이 글을 가장 먼저 봐주는 아내 덕분일 거다. 아내는 책을 몇 권이나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 작가가 내 글을 즐겁게 봐주고 있다. 그 인정이 기분이 좋다. 예전에 동생이 내 뒤에서 핀볼을 보면서 감탄하던 게 떠오른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몰입할 수 있던 그 순간.
조회수, 좋아요, 글을 쓰면서 부딪히는 키보드의 리듬감. 핀볼에서의 시끄러운 효과음과 마구 올라가는 숫자, 볼이 레버에 맞아 튕겨져 오르는 속도감과 쫄깃함. 날로 나아지는 가운데, 내 글을 봐주는 누군가. 좋은 평가.
항상 좋은 글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싶다. 핀볼 게임에서 엔딩을 보지 못했지만, 브런치에서는 그래도 닿을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