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쓰리 매치 장르(3-match)를 좋아한다. 쓰리 매치라는 장르는 흔히 말하는 같은 색깔 블록 3개 이상을 직선으로 배치해서 파괴하는 게임을 말한다. 어릴 적 작은 이모가 심심할 때마다 컴퓨터 앞에서 하던 게임이었다. 당시에는 그 게임을 헥사라고 불렀던 거 같다.
모바일 게임 두 기둥이 있다면 하나는 MMORPG 가 있다. 다른 한 축에는 쓰리 매치를 앞세운 캐주얼 퍼즐 게임이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쓰리 매치 게임은 플레이어가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레벨 설계를 기가 막히게 잘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라이프 크러쉬 스토리(Life Crush Story)> 는 그렇지 않다. 무척 어렵다.
이 게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사회생활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게임으로 다룬다. 어떤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는지부터(랜덤으로 결정된다) 보여준다. 그리고 시계 모양의 블록을 제외하면 모든 색깔 블록은 주인공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도록 결정하도록 이끈다.
특히 게임 속에서 시계 블록이 사악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색깔 블록을 없애다 보면 필연적으로 시계 블록이 많이 남는다. 그러다 보면 시계 블록이 매치가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내 꿈을 이루기도 전에 시계 블록이 한꺼번에 사라져 시간이 흘러버린다. 캐릭터는 청소년에서대학생을 스쳐버린 채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다.
게임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뭔가를 포기하게 된다. 게임 속 제일 쉽게 뭔가를 포기하는 이유는 학자금 대출 등 재정적인 부분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내 첫 기억으로는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과학자라고 하면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수학때문에 과학자는 포기해 버렸다.
그 이후에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랬다가 판타지 소설을 접하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원하던 대학교로 진학했으니 소설가가 되려나 했다. 원하던 대학은 갔으니 즐거웠다. 하지만 소설가로 되진 못했다. 전공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꿈과 연결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이때 깨달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했다. 원두 영업, 술집 근무, 바리스타 알바. 카페 매니저 등등. 뭔가 맥락은 잡히는 듯도 하지만 성과라고 할 게 모이지 않았다.
의외로 풀린 건 게임이었다. 게임은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이나 만들 수 있다 생각했다. 대형 게임 개발사에 기획자로 취직하는 방법만이 문과 전공자가 게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몇 분들의 도움으로 그 고정관념이 깨졌다. 운이 좋게 몇 번의 지원사업, 그리고 사업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보드게임 개발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삶을 돌아보면 <라이프 크러쉬 스토리 (Life Crush Story)> 를 플레이하듯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온 건 아닌 듯하다. 때에 맞춰서 최선을 다했을 뿐. 지금 내가 자리한 곳에서 바라본 어느 지점으로 향했을 뿐. 어떤 이들은 북극성 같이 움직이지 않는 걸 쫓았는지 모르겠다. 별을 보며 항해하는 선장처럼. 나는 선장보다는 먹이 냄새를 쫓으며 살아가는 야생 동물 같은 게 아니었을까도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도 배곯지 않고 잘 살아남은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고, 블록은 쉼 없이 쏟아진다. 선택을 하든가 포기를 하든가. 시간도 흐른다. 지금 선택을 믿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