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해 쏘건만 왜 미사일은 나에게 <포트리스 2>
나는 85년생이다.
모든 세대는 그 나름대로 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 개발자인 내가 생각하는 85년생의 특징 중 하나는 비디오 게임기의 성장과 변화를 같이 경험해 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초고속 인터넷을 집에서 쓸 수 있게 됐다는 것!(2000년 ADSL 이 깔리던 그 시기에는 나는 중학생이었다) 인터넷이 깔린 이전과 이후, 게임 경험에 엄청난 차이가 생겨났다. 혼자서 하는 게임에서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이동. 이제 오락실을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실력을 겨뤄볼 수 있게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덕분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게임으로 1등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PC방이 생기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포트리스 2> 라는 게임이다.
<포트리스 2>는 로켓을 쏘는 탱크가 되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되는 직관적이고 간단한 캐주얼 게임이다. 게임은 이전에 소개했던 <웜즈>라는 게임과 유사하지만 다양한 탱크로 인한 여러 능력치 차이로 인해서 확실히 구분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 플레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TNeMNvhLJo
이 게임은 팀전과 개인전으로 선택해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방을 개설해서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최대 8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전으로 하게 되면 자칫 내 차례가 돌아오기도 전에 포탄 세례를 받아서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기억으로는 팀전으로 자주 플레이 했던 듯하다.
하지만 팀전이라는 게 참 어렵다. 어딜 가나 까다로운 건 사람과의 관계다. 특히나 게임 속에서 만나 잠깐 플레이하고 마는 관계라면 더 그렇다. 재밌자고 플레이를 시작했건만 조금만 플레이를 잘못하면 여기저기서 채팅창이 난리다. 채팅이야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 게임이 끝나고 나서까지 마음 한쪽이 불편하다. 혹 포를 잘못 계산해서 쏘기라도 해서 내 팀원 중 누가 맞기라도 하면 무릎이라도 꿇고 싶어 진다.
그리고 나는 영영 접속을 하지 않게 된다.
<포트리스 2>는 생각보다 오래 장수한 것 같다. 심심찮게 개편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듯하다. 하지만 그뿐 나는 다시 접속하지 않았다. 간만에 접속을 하면 게임 내 너무 잘하는 사람만 남아서 내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봐주는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즐겁게 게임을 하려 했던 마음은 다른 플레이어의 압도적인 실력과 신랄한 채팅창으로 식어버렸다. 그 이후에는 게임이 사라진 지도 몰랐다.
대학 생활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명함만 주고받고 끝날 때도 있고, 지금도 계속 일거리를 주시는 감사한 분도 있다. 차이는 뭐였을까? 그래도 <포트리스 2>에 대한 기억을 대입해보면 그래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그래도 많았으니까. 생각해보면 <포트리스2> 에서도 이기고 지는 사실 자체는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그 상황 상황이 흥미롭고 웃겼을 뿐이다. 게임에 진지해지기 위해서 경쟁과 승부가 필요할 뿐이다.
승부 자체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다. 작든 크든 결과를 내야할 때가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더 길게 본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다시 한번 즐겁게 <포트리스 2>를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비슷한 레벨 사람들끼리 PC방에 모여서 중, 고등학교 때처럼 게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