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나홀로 민사소송

법정에서의 케빈이 되다!

by 쇼니

See see I can't see! (보자보자하니 못 봐주겠구만!)


나와 부동산 중개인의 계속된 읍소와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서로 거액이 걸린 문제인 만큼 즉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했었다. 그래서 집주인의 태도에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만약 집주인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채무 조정 계획을 성실하게 설명했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말미를 줄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도저히 See see I can't see!


심난하게 일을 질질 끌고 가고 싶지 않아서 변호사 선임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변호사 선임료가 400~600만원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자 더욱 막막해졌다. '아 돈 없으면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처한 현실이 유독 씁쓸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억울함을 잠재우지 못했고 공의로움까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의 것을 당당히 돌려받고 악인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이 타올랐다.


의롭지만 외로운 항거를 이어가기 위해 변호사 없이 소송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나홀로 민사소송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복잡한 과정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이 생겼다. 나름 꼼꼼한 성격과 더불어 논리적인 언어 구사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에 힘입어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소장의 청구취지, 청구원인을 작성하고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입증자료를 준비하여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후 법원의 보정 명령에 따라 보정서도 제출하였다. 사실 별 문제가 없다면 내가 승소할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정을 신청했겠지만 난 불타는 정의심에 가득찼기에 아주 스무스하게 조정기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최종 변론기일을 기다렸다.


법정 문을 열고 들어서니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혹시 내가 말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답변 하나에 판결이 뒤바뀌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판사는 사실 확인 수준의 간단한 질문만 하였고 변론은 몇 분만에 종료되었다. 나를 대면할 낯이 없어서인지 집주인은 변론기일에 불참하였다.


법원을 나서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송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홀로 준비해오던 시간들이 떠올라 후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느껴졌다.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하지만 나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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