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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7시간전

5화 구원의 소리

삶의 찰나에 들리는 외침

구원의 소리


"도중아~ 놀자~"


자훈이다. 반가운 소리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했다.


"대답하지 마라."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리고 형은 자훈이에게 말한다.


"도중이 없다."


자훈이는 악과 깡이 있는 친구다.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더 큰 소리로 외친다.


"도중아, 놀자!"


"도중이 없다니까."


"도중아! 놀자!"


형은 자신의 목표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생기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뛰어넘는다. 잠시 후,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친다.


"없어, 이 개새꺄!"


형은 바로 뛰쳐나갈 기세이다. 이 상황을 처음 겪었을 때가 기억난다. 형은 어떻게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자훈이한테 저런 욕을 하나 싶었다. 자훈이는 내 구세주인 줄 알았다. 큰 희망이 보여 기쁘다가 욕하는 형을 바라봐야 하는 현실에 큰 좌절감을 느꼈었다. 지금은 놀랍지도 않다. 늘 뻔한 이야기 구성대로 흘러간다. 다음은 자훈이가 뛸 것이 뻔하다.


'타타타탁.'


내가 늘 깨어질 실낱같은 희망을 꿈꾸는 것도 뻔하다. 구슬치기라면 모를까? 자훈이도 형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자훈이의 용기가 멋있고 부럽다. 자훈이는 학교 육상부라 잡히지도 않는다. 동네에서 얘를 잡을 사람은 없다. 도망가는 소리가 멀어지고 뻔하디 뻔한 이야기도 그렇게 끝나간다. 다음은 형이 별일 없었다는 듯 앉는 것도 뻔하다.


"자, 도중이 너 차례지? 잘 던져, 안 그러면 너 또 파산이야. 하하하"


뻔한 스토리 뻔한 부루마불. 나는 시간을 버티고 버티면 언젠가 이것도 끝날 것이라는 안다. 그리고 이제 형은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마지막 말을 한다.


"이게 마지막 호텔인가?"


이 네모난 지구 위에는 놀이규칙상 건물을 세울 수 없는 곳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형은 여느 때처럼 마지막 한 개 남은 호텔을 대한민국에 세우고, 일본의 건물을 무너뜨리며 놀이를 끝낸다. 오늘도 난 놀이터를 못 가고 어두운 밤을 맞는다.


'푸드득'


형이 몸을 떨었다. 잠이 드나 보다. 코 고는 소리를 들은 후, 오늘도 형과 한 이불을 덮기 싫어서, 이불을 걷어차고 스르륵 잠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점점 커지는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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