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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Oct 26. 2023

중학교 입학 준비 시즌이 왔다

6학년 담임의 입장에서의 다른 입학 준비

초등학교에서 마음의 준비가 조금은 더 필요한 학년이 있다. 바로 1학년 담임과 6학년 담임이다. 1학년 담임은 예상하는 바와 같이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니 정말 손길이 많이 가게 된다. 아직까지 1학년 담임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곁에서 보기에도 정말 고난이도 학년임은 분명하다. 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기본적으로 마치려고 노력했던 것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스스로 뒤처리를 하는 것과 한글을 기본적으로 익혀서 읽고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막둥이 친구들의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이 아직까지 혼자서 배변 후 닦지를 못해서 학교 가기 전에 볼 일을 보고 가거나 학교에서는 꾹 참고 집에 와서 똥을 싼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얼굴이 노랗게 되는 아이도 있고 실수를 했는데 화장실에서 울고만 있는 아이 등등 사연도 당연하고, 유치원도 아닌데 여벌옷은 필수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도 내 아이를 1학년에 보내고 나서야 들었다. 그리고 더 어려운 것도 있는데 오늘의 핵심은 1학년 담임의 어려움이 아니니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맞겠다.


6학년 담임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선 아이들의 질풍노도와 같은 감정 상태와 신체 변화에 직면해서 적응하느라 바쁜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 외에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기에 특별히 진행되는 일들이 추가적으로 더해진다는 것이다. 졸업사정회라는 특별 회의가 열리고 다양한 일들과 규정들이 논의된다. 몇 번에 걸친 졸업 앨범 촬영, 아마 올해 상당수 학교가 취소했을 졸업여행 내지는 수련회, 그리고 졸업식 정도는 가뿐하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중입배정이라고 불리는 중학교 입학에 관련된 부분이다. 제일 먼저 실거주지 확인서와 개인정보 동의서가 나가고 주민등록등본을 취합해야 한다. 실거주지 확인서는 반드시 주민등록등본에 나온 주소가 그대로 적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대강 보내시는 분들이 많아서 확인 후 다시 보내고 다시 취합하는 과정을 기본적으로 한 번 이상 거친다. 그리고 주민등록등본은 요청한 날짜, 예를 들어 10월 20일 이후 발급된 것으로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데 이전 날짜로 그냥 보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다시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뒷자리만 가린 것이면 되는데 세대주를 제외한 모든 가족의 이름을 *표 처리해서 보내시는 분들도 꽤 계시다. 자녀가 해당 주소에 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아이 이름이 *로 되어 있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다시 발급받으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온 가족이 한 주소에 살고 있는 않은 경우이다. 여기서 온 가족이라고 하면 아이의 부와 모를 말한다. 편부, 편모의 경우는 부모 중 한 분이 돌아가셨거나 이혼한 상태를 뜻한다. 돌아가신 경우는 학생의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고 이혼한 경우는 학생의 기본증명서를 상세한 판본으로 발급해서 추가 제출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부 혹은 모가 주소를 이전할 수 없는 생업 종사자로 다른 지방에 거주할 경우는 그 부모의 주민등록 등본과 학생의 가족관계증명서 거기에 더하여 재직증명서 내지는 사업자등록증 등과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혼도 사망도 아닌 별거의 경우는 기간에 따라서 또 내는 서류가 달라지고 행방불명인 경우는 관할 경찰서의 신고확인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거기에 별도로 특정 양식의 확인서까지 내야 하니 사실 담임으로서는 조금 난감하다. 요즘은 학생의 개인정보가 민감한 부분이라 보호자가 먼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이혼인지 별거인지 사망인지 알 수 없고, 사실 알면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데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혀 몰랐는데 조손가정으로 되어 있는 아이도 있었고 편부 편모로 되어 있는 아이도 있었다. 증명서를 요청해야 하는데 너무 난감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교육청 관련 규정이기 때문에 이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안내문을 보내드렸다. 두 분은 읽으셨지만 답이 없으셨고 한 분은 어떤 서류를 내야 하는지 물으셨다. 그런데 이 경우 사망인지 이혼인지 별거인지 생업인지 행방불명인지 물어볼 수 없어 예시를 다시 보내드리면서 해당하는 번호의 서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괜찮다. 서류를 굳이 못 내겠다고 하시는 분, 왜 내야 하냐고 담임한테 화를 내시는 분, 실제 거주지는 지방인데 등본상으로는 이 지역인 명백한 위장전입인데 어찌할 수 없는 상황 등등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한 분은 내게 위장전입하려다 실패했다는 고백까지 하셨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략 난감하다. 어쨌거나 못 하셨든 안 하셨든 안 되었으니 담임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일주일 전에 충분히 연락을 드렸어도 아직 제출을 안 해 주신 두 분 자녀의 등본이 제발 내일 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월요일까지 나이스에 주소 입력을 마치고 그다음 과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자녀의 경우는 손위형제가 중학교에 재학 중일 경우 재학증명서도 요청해야 하고, 도로명 주소지에 등재되지 않은 주소는 교육청에 추가 요청도 해야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출력된 주소에 알맞은 방법으로 서명까지 '정자'로 하셔야 일단락이다. 이후로도 물론 과정은 남아있다. 제출 후 이사를 가는 주소지 이전의 경우는 또 다른 과정이고, 특수중학교를 가는 경우도 또 다른 부분이다. 내년에는 6학년 부장을 시키면 하려고 했는데 올해 이 일들을 20년 만에 다시 겪으면서 보니 살짝 마음이 쭈글해지는 것 같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중입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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