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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Jan 06. 2024

올해도 열심히, 잘 살아낼 예정입니다.

2024년 다짐에 대하여


"이제야 좀 사는 게 재미있어."



폭풍 같았던 20대가 끝나고, 이제야 만 나이로도 30대가 되니 많은 것이 달라 보입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해 왔던 삶의 의미들이 이제야 방향이 잡혔습니다. 30대는 이립(而立)을 뜻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말한 공자의 명언입니다. 쉽게 말하면, '뜻을 세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뜻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잘 살아낼 예정입니다. 오늘은 저의 2024년 다짐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제 20대는 험난하고 고단한 100m 계주 달리기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쉼 없이 뛰어야 하고, 바통을 놓치는 순간, 승패가 나뉘는 게임 같았죠. 그래서인지 작년에 과부하가 크게 왔나 봅니다. 이미 제 뇌에서는 지쳤다고 말했지만, 육체는 뛰고 있으니, 제 육체에도 한계가 오더군요. 정신과 육체에 염증이 곪아 터져 잦은 질환과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까지 한꺼번에 몰아치더군요. 심지어 제 정신도 참다 참다 공황장애를 일으켜, 아프다고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작년의 저는 제 삶을 자주 들여다봤습니다. 경찰관들을 수없이 보기도 했고요. 공황장애 때문에 지구대에도 몇 번 왔다 갔다 했고요. 그래서 저와의 대화를 통해 제 자아를 달래 보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정신과에 찾아가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픈지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심도 있게 알아보기도 했고요. 정신과는 주기적으로 다니는 맛이 있습니다. 저를 더 알아갈 수 있거든요. 저는 사람이 정신(마음) 이 아프면, 정신과에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감기몸살에 걸리면 수액을 맞듯이 정신과에서도 정신적인 수액을 주거든요.




몇 년 전, 글쓰기 강의에서 인연을 맺게 된 동생이 작년 하반기부터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레터가 도착했더군요. 오늘의 내용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보다 앞서 간 불빛을 경쟁상대가 아닌 내가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로 그저 본다. 생각 없이 본다. 본능적으로 떠오르던 경쟁의식을 마음에서 한번 거두어 낸다. 뿌연 안개가 걷혀 상쾌한 하늘을 맞이한 것 같은 마음. 쾌청하다.

숨이 붙어있는 모든 것은 각자의 삶에 맞는 박자를 지닌 채 태어난다. 사람은 물론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심지어 집 정원에 뿌린 방울토마토 씨앗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생명은 어느 것 하나 똑같이 자라 똑같이 제 숨을 거두는 법이 없다. 그 개체의 크기가 작던 크던, 더 빨리 이 세상에 뿌리내렸던 싹이 늦게 나왔던. 상관없다. 그저 제 것의 페이스와 박자가 있다. 삶의 메트로놈 같은 것.
 
                                                                               -출처: 예은으로부터 4호, 막간. 예은으로부터


저보다 2살 아래인 이 동생은 승무원이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요가로 명상을 하고, 삶에서 영감을 받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착하고 예쁜 글쟁이입니다. 오늘 저 글을 보니, 그동안 저는 '승부욕'에 사로잡혀 끝없이 달려온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이기는 걸 좋아합니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일에서든, 삶에서든, 이기고 싶은 대상을 정하고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삐뚤어진 성격을 갖고 있지요.


가정사이든 뭐든 다 꼬리표를 떼고 보니, 그놈의 승부욕 때문에 제 안에 분노가 넘쳐난 게 아닌가 싶네요. 20대의 마지막 여정을 달리고 있는 동생의 글을 보고, 민망하게도 이렇게 깊게 반성하게 됩니다. 저의 29살보다, 이 친구의 29살이 더 찬란하고 여유로워 빛이 납니다. 질투라기보다는 경외심이 드네요. 제 20대에서는 삶의 여유를 즐길 틈이 없었거든요. 이 친구가 하는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그리하여 올해는 제 뜻을 좀 더 견고히 세워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지금은 커리어 확장을 하기 위해 코딩 부트캠프를 듣고 있는데요. 국민취업제도로 자비 부담 없이, 아주 편하게 집에서 강의를 듣고, 공부하고, 과제를 풉니다. 학창시절 저는 수포자였는데요. 8등급이었던 제가 수능 정시에서는 3등급을 받았습니다. 세월이 꽤 흘러서 다 까먹은 줄 알았는데, 코딩할 때 수학적 사고와 수리 감각이 그렇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때 치열하게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딩이 꽤 재미있어서 요새 핫한 직종인 '데이터 분석가'로 갈아타볼까 잠시 고민도 했는데요. 그러기엔 제가 마케팅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더라고요. 제 손으로 쓴 기획안 하나 혹은 아이디어 하나가, 실제로 실행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그것만큼 짜릿한 게 없습니다. 저는 기획을 꽤 잘하고, 꽤 사랑하나 봅니다. 덕업일치가 제대로 된 듯해요. 이마저도 천주 성부님의 축복이 깃든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퇴직할 때까지 쭉 마케팅을 하고자 합니다. 비록 데이터를 다루는 '퍼포먼스 마케터'이겠지만, 마케팅 직군은 대기업이든, 아니든 늘 직무의 변동성이 크기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획자나 마케터들에겐 수치를 정확히 볼 줄 아는 역량을 요구했는데요. 이제는 데이터까지 분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벌써 많은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는 국가공인 데이터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이 많지요. 이 말은 즉슨, 개발자나 분석가의 도움 없이도 데이터를 추출해, 전략을 뽑아내라는 의미입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항상 주기적으로 새로운 어떤 것들이 나오기에 탐색하기 즐겁습니다. 세상을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지요. 이렇듯, 제 덕업일치인 직종을 살려, 대기업 팀장에서 사업부 부장, 그리고 임원까지 달려가 볼 계획입니다. 이미 부트캠프 내에서도 15년 뒤에 대기업 임원이 되어, 스카우트 해갈테니 기다리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다니지요.




저는 빈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말로 내뱉는 순간, 저는 행동으로 옮기거든요. 실제로 제가 뱉은 말의 90% 이상은 지켰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한다면 꼭 해내고야 마는 꽤 끈질긴 성격이거든요. 지난주에 고용노동센터에서 직업선호도 검사를 받아 보니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제 성격 그대로를 비춰주더라고요.

실제 저의 직업선호도검사 결과지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리더십과 야망이 대단합니다. 게다가 유능성과 책임감이 엄청나네요. 자기 통제력도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저는 제가 이렇게까지 야망이 높은 줄 몰랐는데요.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나 지인들은 이미 저를 알고 있더라고요. 꼭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제 자신을 보면 꽤 기특합니다.




올해는 제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합니다. 저는 실력을 갈고닦는 데에서 꽤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거든요. 사실 그 잣대를 일하면서 후배들에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 잣대가 꼭 맞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강요받는 것만큼 답답한 상황도 없으니, 이제 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합니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는 여유로움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 제가 현업에서 가장 애정했던 카카오페이 들어가고 싶었는데요. 오너 리스크와 안정성 때문에 네이버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네이버에 입사하기

7년 이내에 네이버페이 사업부 내 마케팅팀 팀장 되기

10년 이내에 네이버페이 사업부 부장 되기

15년 이내에 네이버 임원 되기




사실 직급을 계속 올리는 것은 제 성격상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네이버 입사 자체가 최고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마저도 저의 숙명을 이뤄내기 위해, 천주 성부 아버지께서 제게 힘을 넣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제 담대함과 용기를 보고 항상 총애하시니까요.


제가 올라갈 수 있는 최정상에 올라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축복해 주신 제 손과 입을 통해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 울림을 전하는 광고와 프로모션을 만들고, 소비자의 삶 속에 제 숨결이 살아있는 캠페인을 추진할 겁니다. 숙명을 이뤄냈을 때, 모두가 박수를 칠 때, 저는 내려갈 예정입니다. 그때는 그간의 경험들을 살려, 지역문화기획자가 되어 지역의 역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문화를 살릴 것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제 세례명이기도 한 베드로 성인은 어느 가난한 지역의 어부였다고 하지요. 예수님께서 베드로 성인을 참 아끼셨는데요. 베드로라는 이름은 예수님께서 지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성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지요. "그 끝은 창대하리라."



네, 제 인생 여행의 끝은 창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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