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은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찰나의 순간에도 강물은 흐르고 비는 내리며 바닷물은 끊임없이 대류 한다.
그러니 한 잔의 물이 우리 앞에 있기까지는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방대한 양의 역사가 있었으리라.
내 동맥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도 바로 눈앞에 있는 차가운 물 한 잔에서부터 만들어지니 이 또한 그들의 역사이며 순환이다.
내가 어제 아무 생각 없이 들이켰던 물 한 컵이 먼 옛날 뜨거운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목을 축여주었던 생명수 같은 물이었는지 내가 내일 마실 물들이 먼 훗날 비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싹 피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보면 나라는 아주 작은 사람이 물이 하는 길고도 끝없는 여행에 한 정거장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멋있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