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51.
-자?
-아직. 자기 직전이었어.
-이번에 할머니집 내려가?
-응, 난 이미 내려와 있지.
-나도 할머니집 가고 싶다. 우리 할머니 송편 기가 막히게 만드시는데.
-너는 왜 안 내려갔어.
-아버지가 바쁘셔서.
-아 그러냐.
-시간이 몇 신데, 안 자고 깨있냐. 너 키 안 큰다.
-키 걱정은 너가 해야지. 너는 어째 키가 주는 거 같아.
-야, 그래도 0.3cm 컸어.
-그 정도면 양말 두께 차이 아니냐?
-양말로 맞아본 적 있냐.
-드러.
-뭐 하고 있었어.
-영화 봤어. 추석특집으로 해리포터 틀어주길래. 너는?
-그냥 이것저것 했지.
-나는 멀티태스킹 되는 사람이 제일 신기해. 그게 어떻게 돼? 나는 하나에 꽂히면 그것밖에 못 보는데.
-나랑 반대네. 나는 주변을 보느라 앞을 잘 못 보는데.
- ···
-그럼 너랑 나는 같이 살면 무적이겠네.
밖에선 어른들이 주무시고 계셔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다. 아니,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다고 해도 아마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너무 깊은 새벽이었고, 눈이 슬슬 감겨오고 있었으니까. 할머니 집은 그렇게 시골이 아닌데도, 9월이면 풀벌레 소리가 귀를 메운다.
-그러려나,
-근데 그거 들었어? 상찬쌤 또 차였대.
-또?
-결혼은 하실런지 모르겠네. 좋은 사람 만나셔야 되는데.
-그렇겠지. 그럴 거야.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출국날입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 오늘 에피소드는 제가 쓸 당시에 되게 쓰면서 기분이 좋았던 에피소드였어요.
사랑의 본질은 상호보완이고, 도영이가 지원이에게 한
"그럼 너랑 나는 같이 살면 무적이겠네."는 도영이 본인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쓴 글이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플레이인 셈이죠. 그런 의미로 제가 오늘 추천해드릴 노래는
검정치마-나랑 아니면입니다.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수 있겠니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