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56.
비록 지원이와 반은 갈라졌지만, 그렇다고 지원이와의 관계가 달라진 건 아니었다. 되려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쉬는 시간이 되면, 지원이가 내 자리에 남기고 가는 메모가 그랬는데, 어떤 날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메모였고, 어떤 날은 학교가 끝난 후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는 메모였다. 자리가 더러운 날에는 청소를 좀 하고 살라는 말을 책상 위에 붙여두고 갔다. 그런 날에는 원래는 어떤 말을 남기려는 마음으로 내 자리를 찾아왔는지가 궁금해졌다. 그 메모는 헬로키티 모양 메모지일 때도 있었고, 복숭아 모양 메모지일 때도 있었다. 나는 복숭아 모양 메모지를 더 좋아했다. 지원이는 삐뚤빼뚤한 게, 어린아이가 쓴 글처럼 꽤 귀여운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글씨체를 좋아했는데, 지원이 자신의 글씨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지원이를 놀리는 걸 좋아했다.
-오늘 쓴 건 뭐라고 쓴 거야?
-?
-깨끗하게 좁 빌다?
-?
-아니, 너가 한 번 읽어봐.
-깨끗하게 좀 살라고.
-내가 눈 감고, 왼손으로, 아니다 입에 물고, 점프하면서,
-그만해라.
-공중제비 돌면서 써도 너보다 잘··· 쓰는 건 아니어도 비슷하게까지는 쓰겠다.
-넘행.
-?
-도영이 넘행.
-혀도 잘렸냐.
-혀도?
-까지?
-혀까지?
-어이, 반 갈라지니까. 예전 느낌 잃어버렸지.
-어제 조폭 영화 봤어?
-뭐야, 어떻게 알았어?
-ㅋㅋ귀염둥이.
-말투 뭐야?
-귀여워.
-내가 졌다.
-귀여워.
-그만하라고.
-그것도 귀여워.
-나 욕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오늘 제가 추천해 드릴 노래는
Bound 2-Ye입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