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55.
이제 와서 돌아보자면 내가 찾아다니던 특별한 이야기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원하던 걸 찾았으니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게 내가 특별함에 대해서 했었던 첫 번째 오해였다. 특별한 것은 모두 좋을 것이라는.
지원이는 나에게 초능력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근데 그건 초능력 같은 게 아니었다.
지원이가 그저 교과서를 외워버릴 만큼 책을 많이 보고 나니, 시험지에 정답이 쓰여있었다고 하던 말 같이, 나도 지원이를 그저 오랫동안 바라봤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고부터는, 이런 내 초능력의 근간이 무너져버렸다. 나는 왜인지 지원이랑은 당연히 같은 반이 될 줄 알았다. 9/1 따위의 확률은 특별한 관계였던 우리들은 갈라 세울 수 없지 않겠냐고. 하지만 당연히 지원이와는 같은 반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사실은 이것부터가 나에겐 꽤 최악이었다. 물론 3월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 듯, 이 정도로는 아직 최악이라는 말의 근처도 가지 못했지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가족들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에요. 그럼 전 또다시 완전한 혼자가 되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완전히 고독한 상태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는 편이에요. 완전한 고독이란 저에겐 꼭 필요한 자양분이죠. 그래도 외로운 건 너무 싫고 적응이 안 되네요. 그래도 또 한국에 들어갈 날을 생각하며 또 열심히 살아가봐야죠. 저는 가족들이 한국에 돌아갈 때 더 나은 내가 되어서 돌아가겠노라 말해주거든요.
여긴 지금 비가 와요. 한국은 날씨가 어떤가요?
오늘 제가 추천해드릴 노래는
검정치마-내 고향 서울엔 입니다.
부산 집 화단엔-
동백나무 꽃이 피었고,
내 고향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