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61.
지원이는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다. 아마 저번에 산책을 할 때 잠깐 와 봤던 기억을 더듬어 왔나 보다.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사실은 얼굴을 보자마자 미운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는데, 속 좁은 나는 반가운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왜 연락이 안 돼. 학교도 안 나오고.
-좀 걸을래?
-무슨 일이었는지는 말 안 해줄 거야?
-그냥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어. 해결해야 될 일도 있었고.
-잘 해결됐어?
-응, 뭐 그렇지.
-다행이네.
지원이는 목적 없이 무언가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원이와 함께 산책을 할 때면, 어떤 날은 네잎클로버를 찾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고, 과식을 한 날에는 팔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흔들며 걸어야 했다.
-오늘은 뭘 위한 산책이야?
-오늘은 그냥 산책이야. 걷기 적당한 날씨니까.
-왜 우리 집까지 왔어. 멀잖아.
-그냥 걷다 보니까.
우리는 정말 목적 없는 사람들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참을 걸었다. 한참을 걸어 다니다가 슬슬 다리가 아프다 싶었을 때 타이밍 좋게 벤치가 보였다.
-좀 앉자. 다리 아프다.
-응, 그러자.
아마 가로등에 꼬인 벌레들을 보고 있는 듯했다. 어딘가 멍한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
-너 나한테 할 말 있지.
멍하던 지원이의 동공이 잠시 흔들리더니 갈피를 잡은 듯 또렷해졌다.
-나는 있잖아.
-나는 5월이 싫어.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 제가 추천해 드릴 노래는
Daniel Caesar-Best Part입니다.
지원이의 5월도 여러분들의 하루만큼 즐거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