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62.
어디 하나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지원이의 입에서 전학이나 유학 같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때 아닌 오월이라니.
-왜?
-그냥 다들 하나같이 하하 호호하는 게 정신 사나워서.
-난 그래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지원이가 빈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슬슬 가자. 아직 쌀쌀하네.
-그래 그러자. 데려다줄게.
-아냐 됐어. 그냥 들어가.
-또 자빠질라고. 빨리 와.
-나 집으로 안 가.
-들릴 때 있어?
-응.
-같이 가.
-멀리 가야 돼.
그래서 지원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느낌이 어딘가 멀리 갈 것 같아서.
-그래서 같이 가자는 거야.
- ···그래 그럼.
우린 다시 몇 분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 몇 분을 기다려 도착한 버스를 잡아탔고, 버스 안에서 지원이는 창 밖만 바라봤다. 바깥에는 어두컴컴해서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나는 지원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보려 창문에 비친 지원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하루종일 해석하기 어려운 영화를 봤을 때처럼 머리가 복잡했다.
버스엔 우리밖에 없었는데, 하차벨 소리가 들렸다. 다음 정류장은 병원이었는데.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나요.
오늘 제가 추천해 드릴 노래는
검정치마-Hospital입니다.
너의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
그래 집에 어서 내려가야지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