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64.
-라멘 먹어봤어?
-라멘? 라면?
-아니 라멘.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잘 됐네. 거기 가자. 근처야.
나는 항상 이 가게에서 차슈를 추가한 쇼유라멘을 먹는다. 마땅히 별다른 메뉴가 없었기 때문에 지원이도 나와 같은 걸로 시켜주었다. 라멘이 나오기 전까지 달리할 말이 없어서 물을 홀짝거렸다. 지원이는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한다. 따라둔 지원이의 물이 식기 전에 라멘이 먼저 나왔다. 물어보진 못했지만, 남긴 양으로 보아 지원이 입에는 그닥 맞지 않았나 보다.
-미안해. 밤늦게.
-아니야.
꽤나 으시시한 날씨였다. 소름이 돋았다. 맒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사실은 너에 대한 걱정보다, 나만 혼자 두고 간 네가 미웠어.
-너가 나한테 상황을 미리 말해줬어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몰라. 아마 그랬을 거야. 되게 이기적이지.
-그러니까 미안해할 건 없어.
-근데 다시는 그냥 그렇게 툭 사라지지는 마. 나 정말 무서웠단 말이야.
누구보다 울고 싶은 사람은 지원이었을 텐데, 막상 울어버린 사람은 말을 마친 나였다. 했던 말이 모두 진심이었던 나에 대한 자기 혐오감이었나, 내가 누구보다 아끼는 지원이가 가여워서 울어버렸나. 내 옆에 너 있다는 안도감이었나. 꽤 오랜 시간을 울었던 나는 조금 뻘쭘해져서, 지원이도 함께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원이는 끝내 울어주지 않았다.
뭐랄까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성격에 안 어울리는 가면을 쓰고 심지어 능숙하게 연기까지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가면이 원래 자기 얼굴로 헷갈리는 사람이요. 저는 살면서 두 명 정도 본 거 같은데 다들 참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었어요. 무한정 사랑만 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 모두 지금은 제 곁에 없지만요.
오늘 제가 추천해 드릴 노래는
RM- Right people, Wrong place입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