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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 그 후

그날의 감정, 지금의 감정.

by 이승현

나는 사실 사랑을 하면 끝까지 가는 편이다.

성격이 그렇다. 아니다 성향일까? 모르겠고.

하여튼 중간에 절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잘 참고 잘 의지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런데 이 감정을 쏟아내면 너는 어떨까를

먼저 떠올리는 나는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고

배려하는 착한 사람이었다.

이젠 더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솔직해 본다. 태어나 유일하게 끝까지 가고 싶었던 사람, 유일하게 마음의 방을 오픈해, 아니 사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젖어 스며들고 있었던 사람. 태어나 처음으로 기대어 보고 싶었던 사람.

내 심장이 먼저 반응하던 사람.

내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도 모르게 눈뜨면 너에게 가고 있었던, 그 시절.



지금 내 감정은 쓸쓸하다, 슬프다, 아프다,

눈물 난다, 여전히. 이 정도?!



생각해 보니 내가 연대 간호학과 사촌동생,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 나는 내가 나쁜 년이라

그렇구나 했는데..



내 기억상실이 이때부터 이때 까지야.

딱 언제부터라고 딱 집을 수 없듯이 그때도 그랬다.

기억상실인 걸 인지라도 했으면 너한테 달려가

다 말했겠지, 했다.

근데 인지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난 너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너에게 그저 나만 봐달라고, 앙탈 부리고 장난쳐도 시간이 모자란데. 너만 보고 싶은데,

그때도 사실은 기분장애와 기억상실증 내내 그랬다고.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그 모든 것들엔 그 기억엔,

그 끝엔 늘 기억 상실이 함께 있었다.

말할 수 없었겠지. 나도 채 이해가 안 가니까,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리고 난 네 이름까지 다 잃을 뻔했으니까.

너랑 무슨 사인지 그런 추억 나부랭이.

너와 나의,, 우리의 모든 것.

그리고 모든 걸 잃기엔 내 핸드폰 CPU가 고장 나듯이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네가 핸드폰 메모리도 꽉 차면 과부하 오듯이

사람도 그렇다고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도 있어야 한다고 같이 머리 비워보자라고 했는데,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너랑 명상도 하고

여행, 나들이 등등도 같이 갔으면 내 기억은 온전했을까?



설움에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냥 서러워만 해 본다.



어느 날 문득, 만나 자연스레 울고 웃으며

얘길 꺼낼 수 있다면 그땐 다 말할 수 있겠지.

내가 작사한 곡도 너에게 선물하면 그땐,



그때의 나는 설움에 그리움에 치여 내가 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다, 매일매일을 울었으니까.

어쩌면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그 설움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잘 연습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연코 그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모르긴 몰라도 이 그리움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예술가가 되어 그리움의 온전한 실체를

그리고 그려 예술로 승화함에 채 감사할 뿐이다,

나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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