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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01. 2021

반항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

친애하는 10대의 부모들에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10대들은 어른 말을 잘 안 듣습니다. 어릴 때 그렇게 착하던 아들, 딸이 언제부터인지 꼬치꼬치 따지고, 대들고, 지적질하고, 엄마처럼 안 살 거라며 부모를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말이 안 통한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종일 틀어박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죠. 아빠, 엄마만 종종 쫓아다니던 애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모들은 당황스럽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죠. 하지만 반항하는 것은 자아가 자라나는 반가운 신호입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렇게 못되게 해!”라고 소리쳐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애들이 대드는 게 반가운 신호라니 참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피면 10대들의 반항은 축복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반가운 신호임에 틀림없습니다. 


  반항은 10대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조목조목 따지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는 일이 생기면 상황을 비난하며, 부모들의 사소한 잘잘못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는 것은 그만큼 10대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어떤 일을 판단하는 것은 자신이 지닌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을 거치는 추상적인 사고과정입니다. 물론 성인의 입장에서 10대들의 논리는 이기적이고 조잡해 보일 수 있죠. 정작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까지 보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미숙하더라도 추상적인 사고를 시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안 쓰던 머리를 쓰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그건 뇌가 급속히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반항은 독립을 위한 준비라고?     


  10대들의 뇌는 똑똑해지는 중입니다. 10대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판단력을 길러야 합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판단해준 것들을 앞으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까요. 스스로 판단과 결정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지식이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죠. 다행히 우리 뇌는 지식습득을 위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기억이 좋아지죠.


  우리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구조물은 변연계의 해마입니다. 해마는 청소년 시기에 가장 활성화됩니다. 기억력이 급속히 상승하는 것이죠. 그러니 엄청난 양의 학습이 가능하고 사소한 기억도 오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판단의 토양이 되는 것이죠. 특히 부모나 선생님의 잘못은 칼같이 기억해두었다가 자신이 불리하거나 뭔가 요구할 때 좋은 카드로 써먹기도 합니다. 그때처럼 얄미울 때가 없죠. 


  그런데 단순히 기억이 좋아졌다고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조각난 지식들이 곧바로 추상적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려면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들이 서로 연결되고, 조합을 이뤄야 합니다. 입력된 정보들이 뇌세포 사이를 빠르게 이동해야 가능한 일이죠. 뇌세포 사이의 연결망이 잘 만들어져야 사고의 수준과 속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10대들의 뇌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대뇌피질은 줄어들지만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즉 시냅스는 급속하게 증가하죠. 세포와 세포 사이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정보가 어떻게 이동할지 알 수 없기에 시냅스가 과잉 생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잉 생산된 시냅스를 그냥 둘 수는 없죠. 사용하지 않는 길을 유지보수하며 아까운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으니 아쉽지만 폐쇄할 밖에요. 대신에 그 에너지를 정보가 이동하는 도로를 넓히는 데에 활용해서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그러니 청소년의 뇌에서는 한쪽에서는 길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부수고, 한쪽에서는 남아 있는 길을 확충하는 등 서로 다른 일들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10대들의 변덕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연결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이뤄집니다.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에 다른 요인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고속화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죠. 마치 신호등도 없고, 사람도 다니지 못하는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이 뇌세포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수초화, 즉 미엘린화라고 합니다. 미엘린이라는 지방으로 정보들이 지나가는 통로인 뉴런의 축삭돌기를 외부와 절연시키는 것인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정보의 이동 속도가 기존보다 100배나 더 빨라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성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가지치기와 수초화가 활발하게 일어나 그 효율이 높아지죠.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것입니다.      



반항의 시작을 반가운 일로!     


  자, 이렇게 10대들의 뇌는 놀라울 만큼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단기 기억력은 30% 이상 늘어나며, 지능과 추리력, 문제해결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그래서 따지기도 잘하고 말싸움도 지지 않고, 성인들에게 논리적으로 저항하는 힘이 생기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의 결정에 맞서거나 예전과 다르게 반항심을 내비치면 그건 그들의 뇌가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녀가 갑자기 맞서면 당혹스럽거나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고 화를 내거나 혼을 내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 변연계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극도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할 테니까요. 전두엽의 발달은 정지되고 감정은 들끓게 되죠. 뇌관에 불을 붙인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니 10대들이 반항할 때는 오히려 차분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아이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변화를 차분히 설명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요즘 깨인 부모들은 초경을 하는 10대들에게 꽃다발이나 특별한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죠. 마찬가지로 10대들이 논리적인 생각을 펼치기 시작하거나, 부모와 다른 뜻을 밝히는 순간이 있다면, 흔한 말로 반항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순간 역시 축하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독립을 준비할 시기가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귀한 순간이기 때문이지요.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애가 요리조리 말을 바꾸고, 자기 유리한 대로 논리를 펼칠 때가 있죠?
자기도 혼자 살아보겠다는 겁니다.
‘이제 하다하다 거짓말까지 해!’
이렇게 소리 지르면 안되겠죠?
자기 잘못은 말 안하고, 부모 잘못을 사람 많을 때 맥락없이 말할 때가 있어요.
그럼 빙긋이 웃고 인정하세요. 상황이 끝납니다.
괜히 따졌다가는 망신살만 더 뻗쳐요.
뭔가 따지기 시작할 때, 기분 나빠하기보다 ‘오, 잘 따지는 걸’하고 격려해주세요. 그럼 뻘줌해 하면서 더 바람직하게 따지려고 시도하겠죠.
변호사되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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