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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그러니까 나의 무게라거나 나의 발톱이 자라는 방향이라거나 널부러진 옷들의 냄새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수북한 책들이 찾아나서야 할 위치라거나 어두운 방안에서 뒤적뒤적 침대를 돌아 화장실을 찾아나서는 습관이라거나 나의 꽤나 긴 그림자라거나 그림자가 너무 길어서 방을 온통 휘감고도 문밖으로 빼꼼이 새어나가는 것이라거나 선풍기 틀고 잠이 들었는데 약풍에 꿈이 날아가버린 안타까움이라거나 이제는 나를 돕는 안경이라거나 거튼을 한번도 열어젖힌 적이 없는 이유라거나 거울 앞에서 틴트립스틱으로 입술에 그라데이션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샤워후 물뚝뚝 머리카락 한무더기라거나 벽 한 모둥이에 걸린 오래전에 그렸던 드로잉이라거나 드로잉 속 푸른 하늘이라거나 창문을 비집고 드러난 엷은 울트라마린 하늘이라거나 울트라마린은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거나 그래서 울트라마린이 작업실로 나를 데려간다거나 나의 작업실과 나의 울트라마린의 관계에 대한 엉뚱한 몽상이라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내방이 나의 작업실로 나를 분열하게 한다거나 또는 작업실을 능청스럽게 질투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