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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May 06. 2024

그 모든 게 다 사랑이었네

『엄마가 만들었어』

 


『엄마가 만들었어』하세가와 요시후미 지음,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おかあちゃんがつくったる』 (2012)


 





유난히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이 있다. 아이가 둘이나 있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그런 날에는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 실컷 울고 나오곤 한다. 추억이 많은 게 괴로울까, 같이 하지 못한 날이 많은 게 더 괴로울까?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이별을 한 사람들의 마음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아이들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작가 하세가와 요시후미는 『엄마가 만들었어』 를 통해 아빠가 없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만들었어』와 함께 『아빠, 잘 있어요?』, 『하루 종일 미술시간』 이렇게 세 편은 작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로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세 인물 - 엄마, 아빠, 선생님을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그린 『내가 라면을 먹을 때』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또한 백희나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하여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유머와 해학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독자들에게 그림과 글을 읽는 재미를 준다. 아이가 그린 듯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붓터치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그의 글은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랑 누나랑 엄마 세 식구만 남았지만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일본식 다다미 방 안에 주인공과 누나, 엄마가 밥상을 마주 보고 앉아있다. 상에는 뜨끈한 연기가 느껴지는 맛난 요리가 있고. 식사를 즐기는 듯한 가족들의 표정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자리에 누가 없는 것 같네’ 하고 두리번거리면 한쪽 벽에 자리 잡은 아빠의 사진과 위패가 보인다. 독자들은 여기서 살짝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정말? 어린아이들이 엄마랑만 남은 채, 넉넉해 보이지 않는 이 집에서 정말 잘 지내고 있을까?”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생활하는 엄마는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준다. 친구들이 새 옷을 입고 오거나 새 가방을 들고 오면 아이는 부러운 마음에 엄마에게 사 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재봉틀로 다 만들 수 있으니 살 필요 없다며 청바지, 체육복, 가방 등 무엇이든 뚝딱 지어 낸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기성품이 아닌 엄마표 물건들은 놀림거리가 될 뿐이다. 어느 날, 학교에 아빠 참관수업이 있다는 안내문을 받아온 아이. 아빠 대신 엄마가 가겠다고 하자 아이는 그동안 속상했던 울분을 터트리며 외친다.  

아빠 만들어 줘. 뭐든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 아빠를 만들어 줘!” 

 

  

작품의 중간쯤 등장하는 그 아이의 이름은 요시후미. 작가의 이름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글과 그림 속에서도 아이와 엄마의 순간순간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유는 본인이 겪은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볼 수 없던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지금의 모습이 있음을 알기에, 다른 설명 없이도 작가 본인의 마음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재봉틀로 아빠를 만들 수는 없지만, 여기까지 책을 읽은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엄마가 그냥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갈지 이제부터 흥미진진해진다. 


아빠 참관 수업 당일. 아이는 엄마가 당연히 못 올 거라 생각하고 교실 뒤를 돌아보다 숨이 멎을 듯 놀란다. 엄마가 아빠들이 입는 양복차림으로 뒤에 서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뒤로 살짝 다가와 엄마가 하는 말! 엄마가 만들었어.”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이렇게 재치 넘치는 방법으로 풀어낸 엄마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가 짓는 표정 역시 압권이다. 감동은커녕 ‘세상에 우리 엄마 진짜… 양복을 만들어 입고 오다니!’ 이런 반응은 평소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만이 할 수 있다. 가난했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사랑으로 잘 자랄 수 있었다고 인터뷰했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모든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유머러스한 태도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맨 처음 책장을 펼치면 옅은 하늘색 면지가 뒤따라 나온다.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보이는 뒤쪽 면지. 앞 면지와 똑같은 하늘색 바탕에 하얀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이 되어 있다. 거기에 깔끔한 책 뒤표지 마무리까지. 못 만드는 것 없는 엄마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펼쳐 놓고 아이는 자랑스럽게 활짝 웃는다. 아빠가 안계서도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라는 말 그대로, 정말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의 마지막 설정 또한 독자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내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가 존재한 모든 순간이 다 사랑이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엄마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느낄 수 있다. 모든 페이지가 다 엄마의 사랑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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