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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Mar 24. 2022

숨 틔우기



묘지 주변에는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나무를 심어 놓았다. 이곳의 분홍 겹벚꽃은 봄보다 빨리 핀다. 평행하는 가로수들의 가지에 계절이 신부처럼 걸려있다. 일찍 따스함이 오면 그게 그렇게 반가운지, 봉우리는 자신이   있는 가장  미소를 띤다. 분홍빛 발그레한 꽃들이 서로 깍지를 끼고 묘지로   아래를 어루만진다. 외롭고 슬픈 사람들이 여기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울다가 다시 꽃을 보라고. 다시 집을 찾아갈  있도록.   


도시마다 묘지와 교회는 있다. 묘지는 동네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에, 빛이 가장 따스히 스며드는 곳에 있다. 거기는 겨울에도 지지 않는 꽃이 피어나는 곳이고, 시들지 않는 꽃들을 서로 다른 인연들이 매일마다 가져다주는 곳이다. 사라진  알았던 숨이 다시 깨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봄에 제일 아름다운 장면을 이곳에 빚어내는 걸까.


그리운 이를 찾아온 사람들의 슬픔을 아주 잠시는 잊을 수 있게, 이제 괜찮아, 하며 압도하듯 피어있게 하려고. 가장 슬픈 날이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생의 역설을 보는 곳이 이곳이라고.   

도시 어디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장소는 없다. 그래서  애잔하다. 묘지에는 감히 상상할  없는 숨이 가득하고  속을 분홍 벚꽃이 아득하게 채워 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숨을 기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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