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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Aug 02. 2020

아침 5시에 일어나 읽고 쓴다는 것.

나를 나답게 해주는 세 가지. 독서, 메모, 아침.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이라는 브런치의 <나도 작가다> 공모전 마지막 주제를 읽는 동시에 떠오른 건 3가지다. 독서, 메모, 아침.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생도를 찾아서_초급편>에서 다루고 있는 3가지 주제이기도 하다. 나다운 것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 생각으로는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과 '오랜 기간  꾸준히 해 왔던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독서, 메모, 아침이 그러하다.


   가장 오래 한 것은 메모다. 16년 동안 프랭클린 플래너를 썼다. 다음은 독서다. 12년이 지났고 지금 788권 책인 조영주 작가님의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을 읽고 있다. 마지막은 아침이다. 아침은 10년이긴 하지만 실패의 9년과 성공의 1년이다. 그래서 애틋한 건 아침이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간절함이 더해져 애틋해지는지도 모른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이 세 가지는 빠지지 않는다. 나를 나답게 하는 습관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세 가지가 '나'일지도 모른다.


독서

   최근에 읽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의 조영주 작가는 왕따를 당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른살에 불현듯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독서는 내가 두 번째 꿈을 눈앞에서 포기해야 했을 때 시작했다. 나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한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한 해에 100권 또는 그 이상을 읽어 재꼈고, 책을 읽고 있을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이룬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기에 큰 변화는 없었다. 마음은 단단해졌지만, 그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나답게 해주는 3가지는 모두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하는 필수요소였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 성공할 줄 알았다. 고전을 읽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성공한다고 했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해서 심리학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읽었다. 문제는 무엇이 ‘성공’이냐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릴 때 꿈을 이룬 사람들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단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건 성공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성공이 물질적인 부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책을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리리 그 시간에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더 많은 시간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을 조금 바꾸어 성공이 ‘내 삶의 방향을 찾는 것’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독서가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단기간의 독서로 삶의 방향을 찾을 수는 없지만 일정 기간 꾸준한 독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메모

   16년간 플래너를 썼다. 처음에는 시간 관리를 위해서 적었다.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다. 시간에 쫓길수록 꼭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겼고, 가끔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이란 개념을 붙잡기 위한 또 다른 인간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내 나이 스물셋. 사관학교 3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플래너는 어느덧 나와 16년을 함께했다. 최근에 브런치에 <메모 그중에서 플래너>라는 매거진에 그동안의 경험을 적고 있다. 최근에 내 글을 읽은 한 구독자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내가 플래너를 쓰는 것이 아니라, 플래너가 나를 써 내려간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이다. 이제는 플래너가 내가 되는 경지에 도달한 걸까.

   처음에는 단순히 일정 관리, 시간 관리를 위한 메모일지라도 그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사관이 나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적는 역사는 아니지만, 스스로가 나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 자서전과 동시에 역사서가 되는 것이다.


   메모하면 내 삶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하루를 살아간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부터 하나씩 처리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에너지를 소비해간다. 그러면 정작 내가 꼭 해야 하는 것, 중요한 것들은 나중으로 미루어두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데 집중하는 삶은 발전이 없다. 그래서 내 하루는 ‘우선순위’를 적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메모는 기억을 보관해준다. 하루하루의 중요한 일들을 플래너에 하나씩 적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 다시 확인했을 때 거짓말처럼 기억이 함께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랭클린 플래너처럼 보관함이 있는 플래너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차곡차곡 자신의 기억을 저장한다는 기분으로 한 단어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면 그것들이 내 기억을 찾는 색인이 되어주고, 나만의 <기억의 궁전>을 만들 수 있다.          


아침

   미라클모닝 도전 10년째. 사실 9년 동안 계속 도전했던 건 아니다. 대략 3년을 주기로 도전하고 30일 정도 하다가 실패했다. 이름도 계속 변하였다. 시작은 일본 작가인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 다음은 미국 작가인 할 엘로드의 <미라클모닝>, 마지막으로 미국 작가인 로빈 샤르마의 <5am 클럽>이다. 그중에서 미라클모닝이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냥 미라클모닝 도전기라 부른다. 일주일의 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일요일이 가장 중요하다. 주말이라고 늦게 일어나거나 중간에 낮잠을 늘어지게 자면 안 된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미라클모닝을 위해서는 늦어도 밤 11시에는 잠들어야 한다. 낮잠을 자면 누워서 뒤척이다가 계획한 시간보다 늦게 잠들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골든타임은 밤 11시부터 아침 5시까지 최소 6시간을 자는 것이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아침이란 녀석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준비하자.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월요일 04:55 AM. 이론은 간단하고, 계획도 완벽하다.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서 양치질하면 된다. 왜 이 간단한 것을 10년간 실패했을까? 하지만 실전은 다르다. 자는 동안 붕대처럼 풀린 정신과 몸이 매트리스에 칭칭 감겨있다. 감겨있는 정신을 먼저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음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알람을 몇 번 더 끈다. 분명 아주 잠시 눈을 감았는데 10분이란 시간은 낮보다 10배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아 이런 게 상대성 이론이지. 겨우 일어나서 양치질했다. 겨우 성공이다.


   화요일 05:00 AM. 오늘은 운동에 집중하자. 스트레칭 10분, 코어 운동 20분. 유튜브 앱을 열어 빡빡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에 들어간다. 피지컬 갤러리라니 이름 잘 지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따라 하는 스트레칭이라는 영상을 따라 한다. 많은 스트레칭을 따라 해봤는데, 이게 가장 시원하다. 요즘엔 이 스트레칭을 하려고 일어난다. 스트레칭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스쿼드 50개, 다시 느리게 가는 상대성 이론을 느끼는 플랭크 3분, 마지막으로 가볍게 팔굽혀펴기 50개를 한다. 건강해진 기분이다.   

        

   수요일 05:10 AM. 수요일은 10분 정도 더 자게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함께하는 멤버들도 다들 그렇다. 오늘은 명상에 집중해보자. 역시나 유튜브에 들어가서 <마인드풀 TV>를 듣는다. 어려운 명상이 아니다. 그냥 10~15분 정도 되는 영상을 고른 다음에 눕거나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면서 듣는다. 정신줄 놓으면 스르르 잠들 수 있다. 숨을 천천히 쉬었을 뿐인데, 뇌를 쭉쭉 스트레칭 해 준 기분이다. 머리가 맑아진다.

          

   목요일 06:30 AM. 실패다. 사람이 완벽하면 인간미가 없으니까 하루쯤은 실패하는 것도 웃으며 넘기자. 함께하는 멤버들에게는 단톡방에 늦잠 잤음을 고백한다. 다행히 10명 중에 2~3명은 목요일에 꼭 늦잠을 잔다.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건 역시 위로가 된다. 금요일 05:00 AM. TGIF! 한 번에 일어난다. 오늘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 보자. 약간 졸리긴 하지만 30분간 책을 읽고 30분간 서평을 후다닥 쓴다. 블로그에 업로드만 하면 이번 주 아침 일과는 끝이다. 드디어 주말이다. 주말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쉰다.


   독서, 메모, 아침 이 세 가지는 나를 나답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자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를 지켜주는 힘이고, 기쁜 일이 있을 때 기억하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어떠한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삶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정보의 홍수속에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나를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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