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빛, 남겨진 기억
당신의 유난히 하얀 피부가 좋았다.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던 샴푸 향도, 손을 잡으면 내 손으로 옮겨오던 당신의 핸드크림 향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항상 당신의 얼굴이 보였다. 정확히는 푸른 하늘에 당신의 얼굴을 그렸다. 내 하늘에는 태양 대신 당신이, 달 대신 또 당신이 항상 떠 있었다. 길거리에 피어나는 꽃도 모두 당신이었다. 아니, 세상에 피어난 모든 꽃이 당신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삶 어디에나 있는 사람, 어디서든 나를 살게 했던 사람. 감히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었던 유일한 사람.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라며 알려주고, 다시는 당신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가버린
내 세상의 최초 설계자, 그게 바로 당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