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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Sep 19. 2024

생살을 뜯어가며 보낸 사랑이었다


너는 나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너에게 빠지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예고 없이 찾아온 너를 사랑하느라 참 많은 애를 쓴 날들이 있었다.


나의 하루는 온통 너였다.


너로 인해 시작하는 아침 너로 인해 끝나는 어두운 밤 캄캄했던 내 밤도 네가 있었기에 밝았던 날들 네 손을 잡고 밤 공기를 맡으며 걸었던 길거리 너와 함께 먹었던 맛있는 밥 밤새도록 같이 있고 싶어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앉아서 이야기했던 카페 너를 위해 준비한 장소 너를 위해 맞춰갔던 내 모든 것 그때의 나는 온통 너였고 네가 없는 내 삶은 이미 기억나지도 않았다.​​


내게 기대는 네가 좋았다.


내 손을 잡는 네가 좋았고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네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너에게 사랑을 속삭였고 하루라도 내 사랑을 주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사랑해" 하고 노래를 불렀다.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너와의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나는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욕심으로 너를 가둬둘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원한 사랑이 아니었기에 내 사랑이 끝나지 않아도 내게 남은 사랑이 있어도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끝을 준비해야 하고 보내줘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욕심


그렇지만 조금 욕심을 내본다면 아직 내게는 네게 줄 사랑이 많이 남아있으니 이 사랑 조금이라도 더 받아서 네 가슴 따뜻하게 채워 먼 길 떠났으면 좋겠다고 이미 너는 완벽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그래도 내 사랑 조금만 더 받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내가 울면 네가 더 울까봐 울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네 얼굴을 보는 순간 무너져 내렸고 잘 가라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못 한채 너를 보내고 말았다. 너를 보내는 날도 나는 사랑으로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떠나는 너의 뒷모습을 보니 내 모든 다짐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너를 보내고 난 후 나는 생각했다. 그래 기적 같은 만남이었고 그저 기적일뿐이었으니  그냥 꿈처럼 생각하자고 더는 슬퍼하며 미련 갖지 말자고 자꾸만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살을 쥐어뜯으며 피를 내면서라도 나는 참아냈다.


아름다운 날들 뒤에 돌아오는 참혹한 현실은 앞으로 내가 과연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뭐가 그렇게 좋았길래 그렇게까지 힘드냐고 물어온다면


네가 손가락이 다섯 개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그냥 당연했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네가 너의 길을 찾아 떠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 했다. 우리는 어차피 영원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호기심 섞인 마음은 나를 채우지 못했을 테니까 결국엔 나도 지쳐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마지막까지 달렸다 해도 나는 네게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게 너와 나의 거리고 너와 나의 차이라서 우리는 어차피 이별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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