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무 『맹인의 거울』
책방에 앉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는 문득 어떤 문장에 오래 머문다.
정무 작가의 『맹인의 거울』.
빛을 보지 못하는 이가 거울을 바라보는 상상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선명한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정무 작가는 묻는다.
“보이지 않는 이가 거울을 들여다볼 때,
그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시각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내면의 문제이고, 존재의 결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마주한다.
출근 전, 외출 전, 혹은 무심결에 지나치는 유리창 앞에서.
그러나 그 거울이 진짜 나를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그저 표정을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다듬고,
그날의 피로를 확인하는 데에만 익숙하지 않았던가.
정무의 문장은,
눈앞에 있는 거울을 지우고
내면을 비추는 맹인의 거울 앞에
조용히 나를 세워둔다.
책방은 종종 거울 같다.
책장을 넘기며 사람들은 자신을 비춘다.
어떤 이는 위로를 찾고,
어떤 이는 오래 묻어둔 질문에 다가간다.
나는 그 곁에서 말없이 책을 건넬 뿐이지만,
그 조용한 순간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다정한지 안다.
내 안에도 오래 닦지 않은 거울 하나가 있다.
먼지가 내려앉고, 때로는 거울인 줄조차 잊었던.
『맹인의 거울』을 읽으며,
나는 그 거울을 조심스럽게 닦아본다.
거기에는 아무 표정도 없이,
다만 조용히 살아가는 내가 있었다.
말없이 지켜보고, 묵묵히 견디고,
가끔 작은 기쁨 앞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나.
이 책은 무언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뿌옇게, 더 느리게, 더 안쪽으로 데려간다.
그 안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진짜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오래된 기억을 보고 있는가.”
책방 문을 닫고
중정의 식물들에 물을 주는 저녁,
문득 거울을 닦듯 오늘을 돌아본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간.
그것이 『맹인의 거울』이 나에게 건넨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