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통영 - 바다의 땅

by 베루

거제에서 1박 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으로 갔다. 13일째 성화봉송을 하면서 힘든 점은 별로 없는데 굳이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캐리어 쌌다 풀었다 하는 것이 귀찮다는 점. 3일씩 묵으면 괜찮지만 하루만 묵고 옮기는 날은 정말 귀찮다. 사복은 얼마 챙기지도 않았고, 유니폼과 츄리닝 몇 벌뿐인데도 겨울 옷이라 부피도 커서 집에서 나오는 날 이미 캐리어 확장 지퍼까지 열고 왔다. 두번째로는 거의 모든 개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 휴일이 생겨도 이동일이거나 해야 할 문서 작업이 있고, 남들은 다 일하는 평일에 휴일이 있기 때문에 거의 못 쉰다고 보면 된다. 조금 있으면 송년회 시즌인데, 올해는 성화와 함께 활활 태우며 정리해야겠군.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어제 도착한 숙소에서 1박만 하고 오늘 아침에 또 짐을 쌌기 때문이다. 하 떠돌이 신세~


통영 주자 집결지는 통영시민문화회관. 다소 가파른 언덕에 있어 외지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보니 경치가 좋아 대만족이었다.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내려다 본 풍경


주자 맞이를 좀 하고, 슬랏 응원을 나가기로 해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차로 이동을 했다. 피로 누적 때문인지 룸메이트가 입병이 나서, 가는 길에 알보칠을 산다고 약국에 들렀다. 다시 차에 올라서는 다같이 알보칠 예찬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갈 것이 하루 만에 낫는다는 둥, 이만큼 직빵인 약이 없다는 둥. 나보고 써봤냐고 묻길래 “저는 입병이 하루 넘게 가본 적이 없는데요?! 원래 하루만에 낫는데.” 했더니 다들 입병 날 정도로 피곤한 적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말하며 웃었다. 성화봉송 13일만에 잠보인게 들통났다.


슬랏에 도착해서는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남아, 차에서 잠시 대기를 했다. 낮에 햇볕이 뜨거워 보통 슬랏 응원을 나갈 때에는 안경에 시저 플립을 끼고 나가는데, 그러고 차에 앉아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선글라스 때문인지 밤잠처럼 꿈까지 꾸며 10분간 자다가 화들짝 놀라서 깨니 사람들이 또 웃었다.


오늘 응원의 주목적은 팀주자로 뛰게 된 5명의 학생들을 북돋아주기 위해서였다. 팀주자는 한 슬랏을 여러 명이 뛰는 것을 가리킨다. 프리젠팅 파트너마다 가질 수 있는 팀 주자 슬랏이 한정되어 있고, 이 친구들은 꿈을 꾸며 비상한다는 의미의 꿈비라는 단체 소속 학생들인데 사연을 잘 써서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스물 두살 남자 대학생 4명에 고3 여학생 1명이 왔는데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보고만 있어도 재밌었다. 전 직장에서 학생 프로그램 담당할 때도 생각나고, 그 때 학생들 (지금은 상당수가 사회인이 되었지만)도 생각나고.


봉송 도중 포즈를 취하는 학생들


응원을 하고 돌아오니 조직위에서 꿀빵을 돌렸다. 통영의 특산물(?)이라는데 내가 통영이라는 걸 아는 선배들은 하나같이 돈 주고 사먹지 말라고 했다. 조직위가 돌린 꿀빵을 먹어보니 정말 꿀맛이었다. 못 먹을 맛은 아니었는데 찾아가서 사먹을 맛은 아닌 느낌. 정확한 선배들...! 참고로 꿀빵은 시장에서 파는 동글 동글한 모양에 (던킨 도너츠의 먼치킨 모양), 속에는 팥이 꽉 들어차있고 겉면에는 꿀이 발려있고 그 위에 깨 또는 으깬 견과류가 뿌려져 있는 빵이다.


아름다운 통영에 와 관광은 못하고 일을 마치자마자 늦은 저녁에 부랴부랴 창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 통영에 원룸 건물이 꽤 많았다. 거제에 고층 아파트가 대체 왜 많은지만큼이나 내게는 이상해보였다. 대학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아닐텐데 왜 원룸 건물이 많을까? 임대는 다 될까?


창원에 도착해서는 팀별 자율 식사를 하라는 지령을 받고 호텔 옆 미스터 피자에 갔더니 우리 말고도 다른 파트들도 와있었다. 역시 제육과 불고기 도시락에 지친 입맛은 피자로 풀어줘야해!


아, 오늘 주자 집결지 정리를 하는데 KT 주자 운영팀이 “아직 보름도 안됐어요. ㅠㅠ”라고 말했다. 아닙니다요, 벌써 1/9도 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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