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위로 5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언젠가 네가 사라지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 밑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츠네오는 그 후로도 조제와 같이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부부라고 생각하지만, 호적 신고도 하지 않았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피로연도 하지 않았고, 츠네오의 가족 친지들에게도 알리지도 않았다. 종이 상자 속에 담긴 할머니의 유골도 그대로다. 조제는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한다.
조제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은 늘 죽음과 같은 말로 여긴다.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 그 자체다. ‘우리는 물고기야. 죽어버린 거야.’ 그런 생각을 할 때, 조제는 행복하다. 조제는 츠네오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깍지 끼고, 몸을 맡기고, 인형처럼 가늘고 힘없는 두 다리를 나란히 한 채 편안히 잠들어 있다.
“주체는 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타자를 그 안에 품고 있기 때문에 결핍이고, 그 결핍은 죽음 이외의 것으로 충족되지 못한다.”
“삶 충동과 죽음 충동은 자극과 긴장을 벗어나 평화(죽음)를 추구하는 리비도의 두 모습이다.”
“완벽함을 꿈꾸고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상실의 아픔을 맛보고 그리고 또 새싹이 돋듯 새살이 돋아 다시 완벽함을 꿈꾼다. 그리고 또 상실을 맛보고...... 다시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으리라 결심해도 마음은 군살을 모른다. 언제나 여리고 아프고 그리고 다시 새살이 돋는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애도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