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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1. 2021

해고의 기억

막 서른이 되었을 즈음에, 다니고 있던 회사에 상사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조직의 분위기 상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차를 마시자는 것이었다. 내 모습을 지나고 보니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유 부장을 따라 회전 초밥집에 갔던 무한상사의 정 과장과 오버랩된다.


그 자리에서 나는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고 카페에서의 이야기는 5분이 되지 않아 미무리됐다. 태어나서 그만둬 본 적은 있어도 잘려 본 적은 없었던 내게 해고라는 것이 몰고 온 감정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났단 것도 아니고 재직 기간 역시 그리 길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통보에 눈물부터 흘렀다. 몇 날 며칠간 퇴근해서도 눈물 바람을 했던걸 생각하면 지금에 와선 왜 그랬나 싶다.


어쨌든 당시 상황을 구구절절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나의 해고가 굉장히 갑작스럽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일과 관련해 그때도 지금도 가장 화가 나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미안하다는  한마디는  법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올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 일을 겪고 난 이후, 세상의 참 많은 부분에서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들려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늘 같은 모습을 해왔을 것이고 내게 생긴 변화일 것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하나의 감정을 수집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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