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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창작 교실

대낮의 열기와 저녁의 숨결 온도 차

by 은후

<흑과 백 사이>


빛과 그림자의 춤




환한 대낮은 모든 것을 드러내지만, 때론 너무 밝아 눈을 찌른다. 그에 비해 어두운 밤은 마음의 속삭임을 조용히 풀어놓는다. 에밀 아자르의 말처럼, 흰색은 검은색을 품고, 검은색은 흰색을 안고 있다. 완전한 빛도, 완전한 어둠도 없듯, 우리의 내면도 빛과 그림자가 뒤엉켜 춤춘다. 초여름의 창작교실 그 뜨거운 저녁에서 우리는 마주했다.



퇴근 후의 피로가 어깨를 짓누르는 시간, 도심의 열기는 여전히 숨을 조였다. 태양은 낮의 권위를 저녁까지 밀어붙이며 깐깐한 열선으로 거리를 훑었다.



글쓰기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 더위는 작동한 냉방장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찍 문을 열고 들어와 선비의 자세로 열정을 불태우는 분들이 계셨다. 손끝에서 피어난 글과 사진은 마치 인상파 화가의 붓질처럼, 순간의 환희를 A4용지에 담아냈다.



특히 한 작품이 눈을 사로잡았다. 다랑논을 담은 사진이다. 3,000층이나 된다는 계단이 햇살에 반짝이는 장면은, 전경을 넘는 찰나의 지구별의 삶을 포착한 예술이었다. 사진을 찍은 J선생님의 낭독을 들으며, 우리는 그 순간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진_정다운 작가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짧은 순간에 담긴 과거의 설렘과 경이로움이 미래인 교실까지 전해졌다. 뒤에 앉은 K선생님의 부드러운 부연설명이 더해지자, 작품은 더 선명해졌다. 티티엔, 그 낯선 이름이 내게 고향처럼 다가왔다.


사진_정다운 작가


창작교실은 군중에서 나를 만나는 거울이었다. 어두운 밤, 깊은 곳에서 끌려 나온 내면은 글로 나와 현재와 마주했다. 누군가의 창작은 내 안의 감정을 깨우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파장이 있다. 그 교차점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빛이 강한 대낮에는 보이지 않던 그림자 속에 숨은 나의 조각이다.



창작은 무엇을 만드는 행위이자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초여름의 뜨거운 저녁, 땀과 피로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깊은 나를 만난다.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곳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의 색깔을 하나씩 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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