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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Oct 12. 2024

앞머리는 자르지 마세요

엄마와 아들의 앞머리 전쟁

10년 만에 미용실에 나왔더니

참 많이도 변해 있었다.

특히 미용이라는 직업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오래된 경력자여도 늘 새롭게 배우면서

스킬을 쌓아야 한다.  

오랜만에 미용실에 나온 나는 새로운 유행,

이전보다 좋아진 장비, 약제들, 등 여러 가지를 새로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와 머리를 깎으러 왔다.

딱 봐도 둘 사이 분위기는 팽팽히 긴장감이 돌았다.

나는 일단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엄마에게 물었다.


"어떻게 다듬을까요?"


"옆, 뒤 머리는 깔끔하게 해 주시고, 앞머리는 눈썹까지 잘라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대뜸 앉아있던 아들이 짜증을 내면서 말한다.


"눈썹 안 보이게 한다고!!!"


엄마와 아들은 미용실에 오기도 전부터 앞머리 길이때문에 다투고 있었고, 둘은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가게로 들어왔던 것이다.

나는 당연히 엄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아이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앞머리가 눈썹을 덮으면 눈을 찔리게 되니 당연히 엄마 말을 듣고 눈썹이 보일 정도로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둘 사이 팽팽한 기싸움 중간에서

불편한 커트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엄마말을 듣기로 한 나는 앞머리를 싹둑싹둑눈썹까지 잘랐다.

내 딴엔 아들말도 좀 들어주어야겠다 생각하며 눈썹이 보일랑 말랑 하게 잘랐다.

그러자 앞에 앉은 아들 얼굴이 일그러졌다.

잽싸게 분위기 파악이 된 나는 얼른 아들을 달래어 봤다.


"아들~ 앞머리 이 정도는 잘라야 눈에 안 찔리고 좋지~ 그리고 네 엄마가 말한 것보다 길게 잘랐어.

자, 봐봐 눈썹 가려지잖아~"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 보았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얼굴이 점점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리기 일부 직전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이게 울일인가? 나는 그래도 둘 사이의견을 조율해 본답시고 눈썹 중간 정도 잘랐는데 이 순간 정말 중립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엄마와 나는 울먹 거리는 아들을 최대한 열심히 어르고 달랬다. 계산을 마친 엄마는 아들을 데리고 가게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아들은

"아!!!!!!"

"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정말 어리둥절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엄마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 요즘애들이 그런 거야, 재가 유난히  앞머리에 집착을 하는 거야?'

별별 생각이 다 들었고, 나중엔 엄마까지 이상해 보였다. 어린 아들 통제도 못하다니....라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실수를 했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잠시뒤, 초등학생 고객이 엄마와 또 함께 왔고 똑같은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번엔 앞머리는 눈 바로 위까지만 잘라달라는 요구였다.


나는 식은땀이 나고 긴장이 됐다.

방금 전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던 아들이 생각났다.

나는 또 어떤 선택을 누구 의견을 따라서 가위질을 해야 하나.


머릿속이 요동쳤다.


그러나 나는 또 엄마의 편에 서서 가위질을 했고,

좀 전에 이어 나는 대단히 큰 실수를 또 한 번 저질렀다. 이번에는 아이가 가게 안에서 엄마를 흔들어대며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이미 자른 머리를 붙일 수도 없고 나는 네 엄마가 하라는 데로 했을 뿐인데,

이 순간 나는 왜 여기 모자 사이에 죄인이 되어 있단 말인가........

미치고 환장했다. 울고 싶었다.


얼마 후 이 모든 사태가 마무리되어 가고 두모자가 가게를 나갔을 때,

점장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럴 땐 엄마말 듣지 말고 아이들 말을 들으라고.....

요새는 애들이 해달라는 데로 해줘야 탈이 없다고.....



나는 그날 이후로 무조건 아이들 편에 선다.

"아들~~ 걱정하지 말어. 선생님이 네가 원하는 데로 해줄게. 앞머리는 아주 조금만 자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엄마들은 좀 더 잘라달라 요구하지만 나는 알았다고대답만 하지 엄마들 말은 듣지 않는다.

엄마들은 가게에서 소리 지르며 울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그날의 기억은 아주 충격으로 남았기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앞머리에 엄청 민감하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 봤다.

아이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앞머리를 자르지 않는 이유가 뭐야?

특별한 이유도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나와는 상관없을 거 같았던 그 일이 얼마 전

내게도 일어났다.


우리 집 초등학교 4학년 짜리 막내아들이 며칠 전

앞머리는 손도 대지 말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게 했다........

우리 아들은 다행히 내가 잘라주는 데로 말 잘 듣는 줄 알았는데, 12월생이라 조금 늦게 온 거였다.


그래 알겠어...

그런데 대체 앞머리를 자르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제발 알려줘…

궁금해.....


나는 오늘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게 참 많은 미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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