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문제아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를 먼저 포기한 건 나였던 걸까 세상이었을까."

by 은나무


중학교 2학년.

수연은 학교의 벽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은 날마다 따갑고, 친구라 믿었던 아이는 돌아서서 다른 무리의 어깨에 기대 웃고 있었다.


그렇게 수연은 왕따가 되어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저 어느 날부터 없던 사람처럼, 교실의 공기마저 수연을 빼고 흘렀다.


처음엔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어떤 말을 그날 잘못했던 걸까.

하지만 이유 없는 배척은 더 잔인했다.


표정 하나, 옷 하나, 말투 하나까지 죄가 되어 돌아오는 날들. 수연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입을 다물고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다 어느 날,

수연은 혼자 있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왕따가 되느니, 차라리 무섭게 보여주는 게 낫겠다.'

그렇게 어울리게 된 또 다른 아이들.


욕을 먼저 배우고, 담배를 피우며 웃는 법을 익혔다. 누군가를 밀치며 안에서 무너지고 있는 자신을 덮었다.

지켜야 할 게 없을 때, 사람은 가장 위험해진다는 걸 어린 수연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교무실에 불려 가는 건 일상이었다.

누군가의 팔을 잡아끌며 욕설을 퍼부었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으며, 밤이 깊어지기 전에 집을 나왔다.


가출.

도망치고 싶은 곳은 집이었고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부모도 없고, 어른도 없었다.

그저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 수연만 있었다.


밤거리를 맴돌며 거울처럼 비치는 유리창 앞에서 수연은 묻곤 했다.

"이 얼굴은 누구지?"




고등학교 입학.

새로움은 늘 잠시뿐이었다.

입학 첫날부터 '문제아'라는 이름표가 따라붙었다.

출석부를 부르던 선생님들의 시선.

한두 마디씩 들리는 속삭임.

이미 찍힌 낙인은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새로운 담임은 처음부터 수연을 교탁 앞으로 불러세웠다.
"이수연 이리 나와봐." 수연은 말없이 다가갔다.
차가운 출석부 모서리가 수연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네가 뭔 짓을 하든 나는 신경 안 쓸 거니까 나랑 같은 반에 있는 한 나대지 말고 다녀."

다른 애들은 숨죽였고, 수연은 순간적으로 숨을 멈쳤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수연은 책상으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모든 게 끝난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수업이 끝나면 수연은 운동장을 돌았다.


교실이 싫었고, 교탁 앞의 사람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두어 달이 지났다.

수연은 조용히 짐을 쌌다.

누구도 붙잡지 않았다.

엄마는 그래도 학교는 졸업해야 되지 않냐 했지만 수연의 고집에 할 수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학교를 나서던 날, 잔잔한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들고나간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놓고 나가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실패라 했다.

누군가는 '애초에 그럴 줄 알았다'라고 했지만 수연에게 그날은, 오히려 숨을 쉴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수연은 무너지면서도 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던 그 날들.


그 날들 속에서도, 어디선가 피어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만 알고 있었던 내 안의 나무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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