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평범하지 않았지만 내겐 평범했다.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날은 미용실 원장님이
“오늘은 고생 많았으니 다 같이 좀 풀자!”
며 회식을 제안한 날이었다.
고깃집에서 삼겹살 냄새가 가득한 채 웃음과 술잔이 오갔다.
평소엔 손님 응대하느라 바쁘던 동료들과 그날은 편하게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이 몇 잔 돌자 누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대로 끝내긴 아쉽지 않아요? 우리 오랜만에 나이트라도 갈까요?”
수연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망설였다.
그런 곳은 오래전 어둡고 복잡한 시절의 기억을 불러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이젠 과거의 내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냥 회식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며 수연도 따라나섰다.
시끄러운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이 가득한 나이트의 공기는 여전히 낯설고 시끄러웠다.
동료들은 춤을 추거나 테이블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수연은 그저 자리에 앉아 주위를 바라봤다.
그때 수연에게 웨이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저쪽 테이블에서 부킹 들어왔어요.”
수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수연 씨! 한 번쯤은 괜찮잖아요!”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웨이터 손에 끌려 건너간 테이블.
수연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화려하지 않았다.
말끔한 셔츠에 얌전한 웃음.
대화도 무례하지 않았고 시선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연은 곧 마음속에 선을 그었다.
다시는 쉽게 마음을 내어주거나 남자를 믿지 않겠다. 그건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준 다짐이었다.
게다가 나이트에서 만난 남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오늘 이 시간만 즐겁게 보내야지 생각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곧 함께 온 동료에게 돌아갔다.
며칠 후.
연락처를 끝까지 묻는 남자에게 마지못해 건넨
그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수연 씨 잘 지냈어요? 그날 즐거웠어요.
밥 한 번 같이 하실래요?”
수연은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또 연락이 왔다.
그리고 한 달 뒤 여전히 꾸준히 예의 바르게 그는 다가왔다.
그 남자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가끔 재밌는 농담도 잘해서 대화를 하면 즐거웠다.
늦은 밤 귀가하는 수연에게
“조심히 들어가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가끔 바빠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일했던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서 전해주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수연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가 알던 남자들과는 다르겠다고.
하지만 그땐 몰랐었다.
이 평범하고도 평범한 남자가
훗날 자신의 남편이 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