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건 없다 그저 오늘 하루가 감사할 뿐
시간은 어느덧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흘러 보내고 있었다.
수연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났다.
큰아이는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의 밝고 씩씩한 소년이 되었다.
아이들의 성장 속에서 수연은 지난날의 무거운 기억들이 점차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연 자신도 다시 미용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다시 일터에 나온 수연은 생기가 돌았고 손끝이 기억하는 여전한 미용기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과거의 아픔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수연은 이제 그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힘을 갖게 되었다.
정신과 치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수연과 진우는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지혜롭게 서로를 보듬어 갔다.
삶이 늘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작은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두 사람은 침착하게 마주했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으로 난관을 넘어섰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은
때론 바쁘고, 때론 시끄럽지만,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대화들은
수연과 진우,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수연은 이제야 알았다.
삶의 깊은 상처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자유가 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혜가 된다는 것을.
그녀는 오늘도 조용히 머리를 만지며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게 맞이한다.
수연의 하루는 그렇게 소소한 행복들로 채워졌다.
어느 봄날 오후 미용실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스한 햇살이 머리칼 사이로 반짝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길가에 핀 꽃들이 봄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고 수연은 그 풍경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미소 지었다.
집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현관 앞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큰아이는 학교 숙제를 하다 말고 동생과 놀아주며 웃음 꽂을 피우고 작은아이는 형을 따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수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 한편이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바쁘고 고단했던 하루가 순식간에 포근한 빛으로 물들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진우가 다가와 수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단 한마디였지만, 수연은 그 말에 깊은 위로를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긴 세월 쌓아온 믿음이 있었다.
아이들이 잠든 밤 두 사람은 거실에 마주 앉아 조용히 하루를 나누었다.
진우가 문득 "힘든 일 있어도 함께여서 참 다행이야."라고 말했을 때 수연은 가슴 깊이 울컥함을 느꼈다.
"그래, 우리는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어."
수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결심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어느 날.
큰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힘든 일을 겪고 돌아왔다.
수연은 조심스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 현수 넌 혼자가 아니야. 무슨 일이든 어려움이 있으면 엄마가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말에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다시 힘을 내어 학교에 갈용기를 얻었다.
어느 주말, 가족 모두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진우와 수연은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날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수연은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지만 깊은 행복을 찾아갔다. 지난 아픔은 여전히 가슴 한편에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 순간들이 그 어떤 상처보다 따뜻한 치유가 되었다.
수연과 진우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진다.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서로의 빛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랑의 시간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