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수연이 내면의 치료를 받으며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
엄마와의 관계....
수연은 둘째 아이를 낳고 난 뒤 친정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나면 자연스레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고생한 그 시간을 공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수연은 달랐다.
그동안 수연 마음 한편에 깊게 자리 잡고 있던 상처와 서운함이 오히려 엄마에 대한 이해를 막았다.
“엄마는 왜 나를 그렇게 내버려 뒀을까?”
“엄마는 왜 늘 자기 살길만 먼저 찾았을까?”
수연의 마음은 미묘한 갈등과 혼란으로 가득했다.
엄마가 힘들게 일하느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지난 날들, 수연에게는 그저 버림받았다는 아픔으로 남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수연은 그 상처와 마주해야 했고,
처음에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수연이 조금씩 자신의 삶을 회복해 가면서 엄마에 대한 시선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 또한 고단한 삶을 살아왔음을, 그리고 엄마도 자신만의 싸움을 해왔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한때는 차갑고 멀게만 느껴졌던 엄마가, 사실은 그렇게 홀로 애쓰고 버텼다는 사실이 수연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왔다.
엄마도 이제는 자신만의 고집스러운 삶을 조금씩 내려놓고 돌아보는 시간들을 갖고 있었다. 신앙을 통해 치유받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애쓰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며, 수연은 같은 여자로서의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꼈다.
수연 역시 완전히 아픔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수연을 끝까지 곁에 두었던 일이 감사했다. 때로는 서로 인연을 끊고 살자 할 정도로 서로를 원망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길고 긴 시간을 거쳐, 끝내는 서로를 놓지 않고, 곁에 두고 의지하는 모녀가 되었다.
이제는 세상에 둘만 남은 모녀 사이에,
끈끈한 사랑과 회복, 치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수연은 마음 깊이 감사했다.
그동안 곁을 지켜준 엄마가 있었기에,
자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그 길이 조금은 덜 외롭고,
더 따뜻할 것임을 믿었다.
수연과 엄마는 그렇게 담담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져 간다. 과거의 아픔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의 여정은 누군가에게도 희망과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