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최상의 고객

by 은나무


두상 지형도


이제 어떤 머리도 자신 있게 만지는 나에게도, 난이도 최상의 고객이 있다.

심리적으로 말이나 행동이 불편한 분도 있지만, 두상 모양이나 모질 때문에 작업이 까다로운 경우가 특히 어렵다.


내가 만난 고객 중 가장 어려운 케이스는… 바로 우리 남편이었다.

남편의 두상과 머릿결은 내가 미용사로서 제일 싫어하는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일단 얼굴과 두상을 보자면, 남편은 전형적인 넙데데한 사각형이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참 일관된 사각형.

뒤통수는 별명만 들어도 감이 온다.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은 “절벽”도 아니고, 무려 “낭떠러지.”라고 붙여줬다.



낭떠러지와 롤러코스터


뒤통수 꼭짓점에서 아래로 급경사가 떨어지고, 중간에는 바위처럼 불룩 솟은 부분이 있다. 그걸 지나면 다시 쑥 들어간다. 롤러코스터보다 더 극적인 지형도다.


여기에 쌍가마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머리카락은 하늘 높이 뻗어 오르며, 숱은 술가위로 쳐내도 줄지를 않는다.

정말 난이도 높은 머리다.


시어머니께서 그 머리를 기가 막히게 빗어내셨다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다운펌을 하면 얼굴의 네모난 각이 더 도드라지고, 굽실한 펌을 하면 어깨 위에 풍선 단 듯 방방 뜬다. 결국 답은 하나다. 유행 없는 짧은 스포츠머리.


그래서 나는 늘 남편 머리만큼은 하기 싫어 다른 미용실에 보내곤 했다. 하지만 매번 결과에 불만을 가진 남편은 결국 내 손을 찾았다.



드디어 성공한 날


그 머리를 내가 제대로 잡은 건 결혼 13년 만의 일이었다.

최근 여러 번 커트를 시도하다가, 며칠 전 드디어 가장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남편 머리를 디자인할 때 내가 세운 기준은 셋.

첫째, 뒤통수의 낭떠러지가 보이지 않을 것.

둘째, 메주처럼 딱딱한 분위기를 둥글둥글하게 만들 것.

셋째, 풍선처럼 뜨는 볼륨을 잡아주면서 숱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것.


그리고 드디어! 셋 중 두 가지를 성공했다.

아직 네모난 얼굴을 커버할 방법은 못 찾았지만, 최대 난제였던 ‘낭떠러지’는 얼추 가려졌다.


나는 그날, 미용 인생 최고의 난제 숙제를 풀어낸 기분이었다.

기쁨을 나누고 싶어 옆 가게 카페에 가서 제일 비싼 라떼를 사 와 동료와 같이 마셨는데, 세상 그날만큼 커피가 맛있을 수가 없었다.


예쁘게 타고난 두상 덕분에 대충 만져도 잘 나오는 ‘난이도 하’ 고객을 만날 때도 뿌듯하지만, 남편처럼 ‘최상급 난이도’를 성공시켰을 때 오는 짜릿함은 정말 오래간다.


매번 “여보, 다른 미용실 가서 해!” 하고 내치던 내가, 그날은 자신 있게 말했다.


“앞으로 당신 머리는 나한테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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