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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인 동시에 본능이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움직일 때, 그것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온 진화적 흐름 속에 놓여 있다.
미국 진화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진화심리학 이론」을 통해 사랑과 짝짓기 행동의 심리적 기원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전략의 일부로 우리가 누구에게 끌리는지, 어떤 관계를 맺으려 하는지가 모두 진화적 설계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과 유전적으로 잘 어울릴 상대를 무의식 중에 찾아낸다. 생존력, 건강, 안정성, 양육 가능성 같은 요소들은 겉으로는 '이상형'이나 '호감'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유전자의 생존 전략이다. 남성은 젊고 건강한 외모에, 여성은 보호력과 자원 확보 능력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사랑이 얼마나 본능에 뿌리내린 감정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진화는 본능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의 사랑은 더 복잡해졌고 우리는 감정과 의미, 상호 존중을 더 깊이 요구한다. 본능 위에 문화가 덧입혀지고 그 위에 개인의 경험이 얹히며 사랑은 점점 더 고유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사랑은 그래서 가장 오래된 본능이자 가장 새로운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래된 감정을 나답게 표현할 방법을 오늘도 배워가고 있다. 사랑은 인간의 긴 진화 여정 속에서 천천히 빚어진 복합적이고 다차원적 경험이다.
생물학의 시선에서 사랑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적 필요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고도의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했고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존재로 성장해 왔다.
사랑의 뿌리는 생물학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사랑을 느낄 때 몸은 도파민, 옥시토신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설렘과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옥시토신은 신뢰와 유대를 만든다. 이 호르몬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활발히 분비되며 우리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런 생물학적 기초 덕분에 인류는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화학반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는 사랑을 본능에서 정서적, 관계적 경험으로 확장해 왔다. 진화심리학은 말한다. 사랑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발달시킨 감정이라고
낭만적 사랑은 제한된 자원을 나누고 자녀를 양육하며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초기의 인간 사회에서는 안정적인 짝을 찾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필요는 심리적 기제로 자리 잡았고 사랑은 관계의 틀 안에서 진화했다. 또한 인간은 사랑을 통해 이타성을 키웠다. 신뢰는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협력은 공동체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사랑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서 사회의 안정과 연결된다. 사랑이 품고 있는 힘은 생물학과 심리를 넘어 문화를 이루는 토대가 돼왔다.
현대의 사랑은 더 다채롭다.
기술의 발전, 문화의 변화는 사랑의 형태마저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 만남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랑은 여전히 인간 본성 중심에 있다. 생물학적 본능에서 출발해 심리와 문화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복합적 감정이 됐다.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서로를 향해 다가가던 인류의 첫걸음에서, 작은 불을 나누던 손끝에 이미 사랑은 살아 있었다.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건강함을 찾고 안정감을 구하며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짝을 본능적으로 알아봤다. 하지만 사랑은 진화했다. 더 이상 우리는 자식만을 위해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제 사랑은 자아의 확장, 감정의 공유, 삶의 의미를 나누는 일이 됐다.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서 출발해 가장 고귀한 감정으로 변해온 사랑. 진화의 끝에서 묻는다. 사랑은 나를 어떻게 더 깊게 만드는가. 그리고 답을 찾는 순간 사랑은 다시, 새로운 시작이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