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여자는 연애 초기에 애인을 사랑하지만, 다음에는 사랑을 사랑한다.” 라 로슈푸코의 어록이다.
사랑이 시작될 때 여자는 한 사람만을 본다.
그의 말투, 눈빛, 손끝에 담긴 온기까지 사랑이 된다.
그가 걸어오는 거리, 자주 입는 셔츠, 웃을 때 나는 주름 하나까지도
그 사람 자체가 우주였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은 조금씩 변주를 시작한다.
사람을 향하던 시선이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로 옮겨간다.
그가 아니더라도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가 아니어도 설렐 수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진다.
여자는 그제야 깨닫는다.
사랑은 애인을 통해 열렸지만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이 아닌 ‘사랑에 빠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연애 초기에 사랑했던 건 타인이지만
다음부터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름다움과 아찔함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자신의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설렘, 그리움, 기다림, 두려움
사랑이 쏟아내는 수많은 감정을 통해 여자는 자신을 다시 본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연인이 아니다.
사랑을 경험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사랑을 사랑하는 여자
그건 어쩌면 더 깊고, 더 성숙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내 마음의 거울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사랑을 사랑하는 순간, 여자는 사랑을 넘어선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