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73 나는 찢어진 우산이래요

비 오는 날의 감성

by eunring

비 오는 아침

커피 한 잔 사러 가는 길에

나란히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어린 모녀를 만납니다


젊은 엄마는 민트 빛깔의 우산

쪼꼬미 딸내미는 토끼귀가 매달린

귀여운 우산을 쓰고 건널목에 서 있어요

행복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동행입니다


감성비 촉촉 흩어지는 잿빛 하늘을

투명하게 비쳐주는 비닐우산이 필요하지만

나는 찢어진 우산을 들고 걸어요

아침에 엄마가 찢어진 우산이

내 꺼라고 하셨거든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만난 울 엄마는

비가 오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다가

빗방울 톡톡 소리에 맞춰

어린 꼬맹이처럼 동요를 부르셨어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내가 물었죠

'찢어진 우산은 누가 쓰지?'

엄마의 대답은

'네가 써라'


그래서 나는 오늘

마음의 모퉁이가 살짝 찢어진 우산을 쓰고

비가 오면 더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 사러 갑니다


찢어진 마음의 모퉁이는

비 오는 날의 감성으로 살짝 가려야죠

그 사이로 빗소리 스며들어

마음 한 귀퉁이 젖는다 해도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추억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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