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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25. 2022

초록의 시간 521 내 눈앞의 커피

커피 친구 모나카

세상 그 무엇보다

내 눈앞의 술 한 잔이라고

이백 시인이 노래했던가요

내 눈앞의 커피 한 잔이라고

살며시 바꿔 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대신

술은 마시지 못하니까요


내 눈앞의 커피 한 잔이

향기롭게 어울리는 가을 아침

오늘의 커피 친구로

앙증맞은 모나카를 초대합니다


모나카는 일본식 과자의 하나랍니다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펴고

둥글게 잘라 구운 과자 장을

사이좋게 합친 사이에

팥 앙금 등의 속을 채워 만드는

화과자래요


커피 한 모금에 모나카 한 조각이면

바로 눈앞까지 행복이 다가오고

모나카 하나 손에 쥐면

한 입 베어 물기도 전에

온 세상이 사르르 달콤해지던

어린 날의 추억도  졸랑졸랑

덤으로 따라옵니다


언제 철들 거냐고

모나카가 웃으며 내게 묻는 듯~

씁쓸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다독이며

가볍게 바사삭 담백하게 부서지는

모나카는 보송보송 가을을 닮았어요

모나카의 달콤 바삭함 속에서

밤톨 같은 그리움들이

야무지게 여물어갑니다


이 가을에는 미루지 말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의

모나카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래요

바삭한 과자 맛에 더해지는

우유 맛이 진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가을은 철없는 계절이고

상상의 계절이네요

세상 모든 추억은 철부지 상상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리움이니까요


이왕이면 쫀득한

찹쌀 모나카로 먹어야겠어요

대체 언제 철들 거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딥할래요

철 모르는 행복을 니들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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