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an 28. 2024

초록의 시간 684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

어머나 예쁜 꽃

꽃 진 자리에 맺히는

열매가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씨앗 속에 아름다운 꽃의 기억이

온전히 숨어 있기 때문일 테죠


고운 열매가 되어 그대로 맺힌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라는

꽃말이 덥석 마음에 안겨듭니다

고결이라는 기품 있는 꽃말도 지닌

하얀 꽃 으아리~


으아리꽃이라니

참 재미난 이름입니다

재미난 이름을 가졌으나

으아~ 소리가 날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랍니다


순수하고 우아하면서 단아한

해맑은 흰꽃과 무성한 잎과 줄기

게다가 풍성하고 풍요롭게

늘어뜨린 덩굴 덕분일까요

덩굴식물의 여왕이라 불리는 으아리는

아가씨의 쉼터라는 별명도 지녔답니다


가끔 들르던 고즈넉한 한옥 카페

담장에 으아리꽃 새하얗게 필 무렵

좋은 사람들과 함께

으아~ 대신 어머나를 외치러

가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커피 향 잔잔히 머무르는

우리들 휴식의 공간은

아가씨들의 쉼터라기보다는

우정이 함께 하는 쉼터였으니까요


으아리라는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재미난 사연들을 가졌는데

초록 숲 속에 피어난

희디흰 꽃이 너무 예뻐

으아~ 감탄의 소리를 냈다고 해서

으아리라고 한다죠


줄기가 여리디 여린 모습이라

겁 없이 손으로 쓱 잡아당기다가

뜻밖에도 잘 끊어지지 않고

살을 파고드는 아픔에

그만 으아~ 아프다는

아픔의 소리를 내서

으아리라고도 한다는데요


가을에 맺히는 으아리의 열매는

꽃 못지않게 기품 있는 모습입니다

언뜻 할미꽃의 열매와도 비슷한데

암술대의 갈색 털이 둥그렇게 모여

응어리진 바람개비처럼 생겨

응어리에서 으아리로 변했다는

제법 그럴싸이야기도 있어요


아프고 쓰라릴 때 아리다고 하고

으아리가 아린 맛을 내는 데다가

응어리진 것을 없애는 약초이기도 해서

그런저런 의미가 모이고 겹쳐져

으아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나 봐요


덩굴식물 으아리가 다른 나무나

울타리에 의지해서 잘 자라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사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제주도에서는

저슬사리라고 부른다고 하죠

겨울의 제주도 방언이 저슬이고

춥디 추운 겨울에도 잘 견딘다고 해서

으아리에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가느다란 솜털 보송보송

여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과

기품 있는 모습에 잠시 기대어

나 역시 이 겨울을 잘 견디는

저슬사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는 이 겨울 아침도

여전히 으아~

아리게 춥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83 단순함이 좋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